영어 배우기, 영어 가르치기, 영어책 쓰기, 영어 번역.... 웬만한 ‘영어 OO’은 정말 다 해 본 것 같습니다. 20년 넘게 그 재주로 밥은 먹고 살았지만, 여전히 영어 울렁증이 있는 제임스 쌤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지금 들어도 다소 황당한, 하지만 그럴듯하고 재미있는 영어 학습법을 중고등학교 시절 접했고, 그 재미로 공부를 놓지 않아서인지 영어 성적은 꽤 좋았습니다. 나중에 커서는 영문법 학습서를 쓰기도, 또 영어 교육, 영어 교재의 역사를 공부하기도 했구요. 교육 사업을 하는 회사도 다녔는데, 제임스는 이제 한국어 글쓰기와 AI를 조금 더 많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8~90년대에는 교과서 단어를 암기하고, 한국인 선생님의 우리말 해석과 문법 설명을 듣고, 선생님이 한 문장씩 읽어 주시면 듣고 따라 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영어 공부법이었습니다. 조금 유별난 학생들은 시사영어사 같은 곳에서 나온 테이프를 사서 듣기도 했는데 그중 한 명이긴 했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다소 의심스럽긴 했지만, 무작정 많이 들으면 ‘귀가 뚫린다’는 조언을 잘 따라서 AFKN이라는 미군 방송이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며 이어폰을 꽂고 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꿈속에서 누가 계속 영어로 말을 걸고, 일어나 보면 이어폰이 망가져 있었던 기억도 있고, 한국 학생들이 빙 둘러앉아서 원어민 선생님 1명과 대화하는 ‘영어 회화’반에 등록하는 건 방학마다 있던 행사였습니다.
학원 선생님이 되고 나서는 영어 학습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것을 아이들에게 시키고 있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학원을 그만두고 다시 조기영어교육이라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영어영문학과 같은 곳에서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당시 분위기로는 이과 출신, 어린이 영어를 가르치던 야인의 입학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언어정보학 협동과정이라는 곳에 진학하여 국어 조금, 영어 조금, 컴퓨터 조금, 그렇게 배우면서 공부에 대한 갈증을 풀어갔습니다.
덕분에 지금만큼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파이썬’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입문하면서 인공어의 체계도 조금 익히고, AI 시대에 대비한 영어 교육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일찍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 연재에서는 영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 공부, 그리고 때로는 AI 시대에 대비한 보편의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영어 우등생이 되는 비결, 학원가에서 있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 이후 영어교육과 언어학 등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학습에 관한 오해 등등.
하지만 무엇이든 아주 가볍게, 별거 아닌 듯이, 최대한 따뜻하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울렁증은 여전하지만, 무엇이든 AI가 뚝딱 다 해 주는 시대에, 저를 괴롭혔던 그 영어도 이제 뭐 그리 대단하지 않은 불쌍한 애가 된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