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을 여는 용기
누구에게나 숨겨진 기억이 하나쯤 있습니다. 꺼내 보여줄 수는 없는 그 기억이 매일의 내 기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 나를 붙잡기도 합니다.
‘Skeleton in the Closet’은 말 못할 상처, 들키고 싶지 않은 내면을 은유합니다. 옷장을 닫아둔 채 살아가는 것이 괜찮아 보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그 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안에는 부끄러움만이 아니라, 내가 살아냈던 시간, 감정, 존재의 증거가 담겨 있으니까요.
기억은 종종 시간보다 깊고 강합니다. 잊었다고 믿은 순간에도, 무언가에 닿으면 되살아나고, 자기도 모르게 옷장의 문을 열어버린 듯 과거의 감정이 훅 밀려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우리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진심이었고 살아있었다는 증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두려워할수록 고통은 우리를 더 자주 찾아온다. 마주하면 조용히 물러난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Seneca)는 고통을 삶의 일부로 수용할 때 오히려 평정과 자유를 얻는다고 믿었습니다. 기억을 억누르기보다 그 앞에 잠시 머무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감정을 숨기지 말고 인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쁜 기억과 고통을 견디는 세 가지 작은 방법>
1. 내 목소리를 듣는 연습
녹음기를 켜고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보세요. 내 목소리를 통해 나의 감정과 나의 다짐을 직접 들으면 마음속 혼란이 실체를 띠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내 속에 있던 무언가를 물 밖으로 꺼낸 것처럼 마음이 맑아지기도 하구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건, 자신을 이해하려는 가장 다정한 시도입니다.
2. 일단 쉬어보기, 제대로
몸이 지칠수록 마음의 통증도 커집니다. 쉬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울 때가 많지만, 제대로 쉰 하루는 오래 묵은 감정의 엉킴을 풀어줍니다. 잠시라도 모든 알림을 꺼두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눈을 감아보세요. 억지로 잠을 자려 하기보다, 그저 ‘이대로 있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하는 시간. 그 짧은 쉼 하나가 다시 살아갈 숨을 틔워줍니다.
3. 불완전함과 함께 살아보기
누구나 한두 개쯤 흠집 난 그릇처럼 살아갑니다. 우리는 자주 ‘왜 나는 이토록 불완전한가’라는 자책에 빠지지만, 인생은 ‘희·노·애·락’ 네 글자처럼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쁨과 즐거움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노(怒)’와 ‘애(哀)’ 또한 동등한 자격으로 삶의 자리를 똑같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아주 인간답게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Skeleton in the Closet’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옷장 문을 살짝 열고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면, 그 흔적은 무서운 유령이 아니라, 살아온 날들의 조용한 기록이 됩니다. 흐릿한 밤이 있어야 맑은 새벽이 더 소중해지듯, 우리는 그렇게 고통을 끌어안으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