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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경의 모든 공부 Aug 01. 2024

2009년~2014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엄마, 아빠께

5분 완성! 최소한의 입시 지식

우선, 바빠서 입시 설명회에 자주 못 가거나 남들은 다 알 것만 같은 입시 정보를 놓치더라도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하거나 뭔가 크게 잘못될까 봐 걱정은 하지 마세요. 특목고나 SKY에 갈 정도의 실력이 있는 아이가 보이면 학원 선생님이든 누구든 진학 정보를 열심히 알려 주고, 동기부여도 해 주고, 부모님이 아무리 바쁘셔도 기어이 전화를 드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아이는 어차피 주위에서 다 챙기게 되어 있고 아이도 알아서 욕심을 내게 됩니다.

     

2028년 수능에는 큰 변화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1994년 수능 이후 34년 만에 계열 구분도 선택 과목도 없이 공통과목으로만 수능이 실시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초등학생 자녀를 두신 학부모님들께서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정도를 살펴보시는 것으로 우선 ‘입시판’에 입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28 대입제도 개편의 이유>     


지금의 고등학생들도 행정적으로 문/이과의 구분은 없습니다. 하지만 계열에 따라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수학의 예를 들면, 이과 쪽 학생은 ‘미적분’, 문과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 통계(이하 확통)’를 주로 선택합니다. 그래서 이 선택 과목을 보면 문과로 가려는지 이과로 가려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확통에서의 100점과 미적분의 100점은 똑같은 만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래 수능 성적표에는 이런 원점수는 아예 나오지 않고 표준점수라는 것이 표기되는데, 어려운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쉬운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보다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게 됩니다.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가 높게 환산되는 것이죠.      


그래서 원래는 미적분을 선택하고 이과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상위권 인문계열로 지원해 지원 대학의 간판 즉, SKY나 설카포(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로 시작하는 대학의 레벨을 높이는 소위 ‘문과 침공’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과학과 사회과목에서도 이런 과목 선택의 유불리 문제가 있습니다. 이과 계열에서 주로 선택하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같은 선택 과목과, 문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사회 문화, 윤리와 사상, 동아시아사 등의 사회 탐구 과목에서도 과목별 난이도와 표준점수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매년 발생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바뀌나?>     


이런저런 궁리 끝에 모두가 동일한 수능을 보게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되었습니다.


수학은 현재 <수학 1>, <수학 2>라는 공통과목과 1개의 선택 과목(미적분, 기하, 확통 중 선택)에서 출제가 되는데, 2028년 개편안에서는 <대수>, <미적분 1>, <확통>이 공통과목이 되고 모든 응시자가 동일한 시험을 보게 됩니다. 복잡한 듯하지만 결국 현재의 공통과목(수학 1, 수학 2)에 조금 쉬운 확통이 추가되어 공통과목이 되고, 선택 과목이었던 미적분이나 기하는 아예 시험 과목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과학과 사회도 공통과목으로 출제 범위를 묶어버렸습니다. 보통 이과 지망생은 과학 2개 과목, 문과 학생은 사회 2개 과목을 선택하는데, 2028년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응시생이 ‘통합 과학’과 ‘통합 사회’를 시험 보게 됩니다. 탐구 영역에서는 '융합, 통합형' 수능으로의 개편안이 발표된 것이지요. 언뜻 보면 선택 과목보다 쉬운 수준의 ‘공통’ 과목이고 그래서 시험이 쉬워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과목이 융합된 문제가 출제되면 학습 난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고, 출제되는 문제의 기이함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문제의 타당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부하(load)의 정도는 사실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교육의 목표와 입시 전략>     


과목별로 생기는 유불리를 없애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공통과목 위주의 시험 출제는 좋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아이들에게 목표와 동기를 제공하는, '타당도'를 고려한 평가 도구를 만들려는 노력은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요?      


사실 너무나 많은 교육의 목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입시 제도와 수능에 대한 막연하고도 큰 기대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들을 큰 문제로 보이게 합니다. 교육의 목표나 방법을 이래저래 엮어 공교육에서 특히 입시의 영역에서 모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억지스럽습니다. 수능 과목의 개편은 고교 교육 자체를 정상화하는 것이나, AI 시대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는 애당초 다른 차원의 노력이고, 2028년 이후의 수능은 그저 공정성 확보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뿐이지요.      


사교육 시장에서 유행하는 키워드 ‘사고력’, ‘인문학’, ‘코딩’ 도 AI 시대를 살아갈 미래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바라는 ‘서울대’, ‘의대’ 합격과는 다소 무관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차라리 의대 진학을 위해서는 '지역인재전형'을 노려 좋은 지역과 괜찮은 학교를 찾아 당장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아이가 잘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의 수능 과목에 관한 오늘의 이야기도 아이를 위한 교육의 큰 로드맵을 그리기 전, 수능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가는, 그런 보통의 방법에 한해 참고할 뿐입니다.


P.S.  

고등학교 내신은 9개 등급에서 5개 등급으로 줄어, 현재 상위 4%에 해당하는 1등급은 상위 10%까지로 늘게 됩니다. 1등급을 받는 것이 더 쉬워 보이는 만큼 특목고로 진학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나, 대학에서 이런 넓은 밴드의 내신 등급으로 어떻게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상대평가를 통해 이토록 촘촘히 9등급으로 나누는 체계가 과연 다른 나라에도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정말 이상하게 느껴집니다만, 5등급 체제에서는 아깝게 한 단계 아래 등급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지금의 체제에서 대략 2개 등급이 떨어진 셈으로 평가받게 되어 큰 낭패가 될 테니 내신 준비도 어차피 소홀히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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