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무지한 무능 (3)
"In a hierarchy every employee tends to rise to his level of incompetence."
"위계 조직에서 모든 직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수준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로렌스 J. 피터(Laurence J. Peter)의 "The Peter Principle" 중에서 -
오늘 저는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과 통계적 오류인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을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하나는 '구조적 비극'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비극을 희극으로 보이게 하는 '눈의 착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FAQ 1. 피터의 법칙이란?>
1969년 로렌스 J. 피터 교수가 주창한 이론입니다. 수직적 계층 조직에서 직원은 직무 수행 능력이 입증되면 승진합니다. 그리고 승진은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무능해지는) 직위'에 오를 때까지 계속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 모든 리더의 자리는 그 일을 해낼 수 없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법칙입니다.
<FAQ 2. 생존자 편향이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전투에서 돌아온 폭격기들의 총알 자국을 분석했습니다. 주로 날개와 몸통에 총탄 자국이 많았기 때문에 군부는 그 부위를 보강하려 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계학자 아브라함 왈드(Abraham Wald)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돌아온 비행기의 총알 자국은 오히려 치명적이지 않다는 증거이다. 진짜 치명적인 부위에 총알을 맞은 비행기는 돌아오지 못했다."
살아남은 케이스의 데이터만 보고,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지 못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오류, 이것이 생존자 편향입니다.
우리는 흔히 승진을 '능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업을 잘하는 사원은 영업 팀장이 됩니다. '영업을 잘하는 능력'과 '영업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차원의 역량이지만, 조직은 그가 전 단계에서 유능했다는 이유로 다음 단계로 올려 보냅니다.
유능한 팀원이 팀장이 되고, 이제 그는 더 이상 유능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 '무능함이 드러나는 단계'에서 승진은 멈춥니다. 그리고 은퇴할 때까지 그 자리에 머뭅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리더 자리는 '아직 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승진자'나 '이미 무능함이 증명되어 승진이 멈춘 자'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것이 피터 교수가 말한 조직적 무능의 필연성입니다.
"우리 임원진을 보세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유능한 사람들입니다. "
조직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비행기'처럼 바라봅니다. 그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의 유능함을 증명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추락한 비행기들 - 정말 유능했지만, 무능한 리더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인재들.
보이지 않는 구멍 - 현재의 리더들이 유능해서가 아니라, 단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고 '오래 버텼기 때문에' 그 자리에 남았을 가능성.
시스템의 왜곡 - 피터의 법칙에 의해 무능한 단계에 도달했지만, 조직이 그들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억지로 자리를 보전해 주고 있는 현실.
경영진이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다"라고 외칠 때, 그것은 리더십의 승리가 아니라 '무능함이 노출되지 않은 생존자들의 파티'일 수도 있다는 서늘한 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가 “나는 괜찮아”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심어주고, 피터의 법칙이 사람을 감당할 수 없는 자리까지 밀어 올리며, 생존자 편향이 그 비효율을 “성공 신화”로 포장해 주는 조직. 만약 진짜 이런 조직이 있다면 참으로 견고한 ‘무능의 성’이 될 듯합니다.
하지만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비난의 명분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리더가 되고, 또 누군가는 이미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를 비난하는 대신 리더가 스스로를 구출하는 처방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은 천재성이 아닙니다. 내가 모르는 국면에 들어섰음을 인정하고, 자신을 승진시켰던 ‘성공의 방식’을 폐기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필요한 언어와 기술을 다시 배우기 시작해야 합니다.
먼저, “역할이 바뀌었다”는 선언이 필요합니다. 실무적인 유능함은 '그냥 내가 잘하는 것'이지만, 리더의 유능함은 ‘남이 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전환을 말로 선언하지 않으면, 사람은 익숙한 방식으로 회귀합니다. “나는 리더로서 유능해야 한다”는 문장을 스스로에게, 또 다른 사람에게 들려줘야 합니다.
다음으로 무능함의 기간을 인정하고, 그 기간을 팀의 ‘심리적 안전감’으로 단축해야 합니다. 새 역할에 서툰 기간을 줄이는 방법은 빠른 피드백입니다. 팀원들이 리더에게 '안전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유된 믿음이 있어야 생존자 편향의 오류, ‘보이지 않는 구멍’을 팀원들이 찾아줄 수 있고 팀은 더 빨리 회복합니다.
리더는 이제 막 시작된 자리에서 필요한 것을 다시 공부해야 합니다. 승진이 반복될수록, 리더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낡은 성공 공식을 놓지 못하는 습관과 새로이 필요한 것에 대한 학습의 부족입니다. 예전의 명성을 찾고, 다시 유능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환경에 맞춰 ‘진화’해야 합니다. 서툰 자신을 받아들이며 다시 배우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모든 리더는 무능하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무능해지지 않을 수 있느냐”일 것 같습니다. 역할 전환을 선언하고, 반대 의견이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과거의 성공 공식을 과감히 폐기하며 다시 배우는 사람. 결국 그런 사람만이 ‘무능의 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언어정보학 박사 엄태경
한국미래교육경영원 대표
AI 디지털 융합 교육 전문가
"기술보다 사람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