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 는 신발을 그저 패션의 일종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만드는 책이다. 나 역시 신발은 한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인식에서 멈추어 있었는데, 신발은 시대적 분위기와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욕망과 감정까지 읽을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각각의 신발에 담긴 내막을 읽다보니 책은 순식간에 끝을 향해 달려갔다. 샌들에서 시작해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까지의 역사와 역할을 요목조목 설명해준다. 이들의 스타일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작가는 우리가 신발을 선택하는 이유와 그 선택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는 것에도 초점을 두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신발에 의미 없는 역할과 장식은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신고 걸을 수는 있을까 싶은 얇은 새틴 소재의 슬리퍼 샌들은 당시의 이상적 여성상을 드러내는 역할이었으며, 참정권을 얻어내는 등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프렌치 힐보다는 적당한 굽의 버튼 부츠가 인기를 얻었었다.
다시 주목받고 있는 어그 부츠는 브랜드의 가치와 편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발이었다. 편한 트레이닝복과 틀어올린 머리에 잘 어울리는 어그 부츠가 유행이 되기 시작했고 ‘베이직 비치(basic bitches)’를 추구하는 여성들의 열광으로 인기 상승세를 갖게 되었다. 줄을 서서 구매를 해야 할 정도의 인기는 그 당시에 선호하던 스타일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했다.
모든 파트가 재밌고 흥미로웠지만 아무래도 내가 가장 많이 신는 스니커즈 파트에 가장 눈길이 갔다. 19세기는 점차적으로 일자리가 증가하고 신분 변동이 잦던 시기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풍요병’ 이겨내고자 운동과 여가가 대두되었다. 이런 흐름에 맞는 신발이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YMCA와 같은 단체에서 체육 활동을 권장하기 시작했고 체육관에 맞는 바닥을 긁거나 손상하지 않는 신발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테니스, 달리기, 농구 등 스포츠의 특성에 잘 맞는 신발이 생산되었다. 그중 컨버스 올스타가
농구용으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는 점이 새로웠다. 무려 1917년에 선보인 스타일은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까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에 첨부되어 있는 컨버스 올스타/논스키드 사진은 현재 우리가 신고 있는 신발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긴 시간동안 사랑받는 디자인과 브랜드의 위대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브랜드 나이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1960년대 조깅이 대중적인 취미로 떠오르며 다양한 스니커즈 브랜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오리건 육상 코치 빌 바우먼과 그가 가르치던 선수 필 나이트의 합작으로 생겨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코르테즈, 와플트레이너가 굉장히 긴 역사를 갖고 있음에 놀라웠다. 스포티함과 패셔너블함을 다 잡은 브랜드 나이키의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오늘날까지 스니커즈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사랑받는 신발이다. 처음 목적은 운동과 활동성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나 이제는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신는 신발이 되었고, 수집하며 더욱 가치를 올리는 수단이 되었으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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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만큼 인간의 역사와 생활에 밀접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수단이 있을까 싶다. 우리가 추구하는 시대적 아름다움을 발 빠르게 반영하고, 그 시대의 이슈와 감수성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발은 외부활동과 발을 보호하기 위한 1차원적인 역할을 넘어 인간의 사회적 활동을 보조하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지금 내가 착용하고 있는 신발을 내려다보게 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 성별, 성격, 나이, 사회적 역할, 계절 등을 추측해볼 수 있다. 신발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짐작해 보게 된다. <신발로 읽는 역사>는 평소 신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내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고 관점을 넓혀주는 시간을 선사했다. 신발로 더 넓은 인간과 세상의 역사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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