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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히 Jul 03. 2020

얼굴을 얼굴 그대로 보는 방법  책<예술적 얼굴책>

색안경을 내려놓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누군가를 마주할 때 얼굴, 인상과 같은 표면적인 부분을 보고 상대를 판단하곤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일뿐더러 짧은 시간 내 판단하기 가장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 시간 쌓여온 데이터는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되었고, 나름의 철학이 되었다.


그리고 이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었던 건 우리에게 재미로 또는 과학으로 소비되는 ‘관상학’ 때문이다. 어떤 관상인지를 결정짓는 요소는 눈과 눈썹간 거리, 눈·코·입의 모양, 턱과 귓불의 크기 등 참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철저한 분석(?)을 거친 결과, 선호 받는 관상과 아닌 관상이 뚜렷이 나뉘게 된다. 그렇게 관상학은 우리의 색안경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색안경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새로운 ‘예술적 얼굴표현법’을 제시한다. 처음 책을 받아보았을 때부터 궁금했다. 과연 어떤 방법이기에 얼굴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을지 의문이 가득했다. 내 눈 앞에 놓인 색안경을 벗고 때 묻지 않은 새 안경을 써보고자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다.


이제는 지나간 전통문화의 강점을 다가오는 시대정신의 요청으로 변모시키는 슬기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예술의 힘’이다.
-p.154


이론편은 ‘부위’, ‘형태’, ‘상태’, ‘방향’을 이해한 후 전체를 종합하게 했다. 체계적인 순서와 재미있는 공식은 처음만나는 얼굴 지표를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FSMD 기법>을 통해 얼굴의 부위를 체계적으로 바라보게 했고, 기초부위 9개를 나열하며 다양한 형태들을 살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얼굴에 음기와 양기 그리고 잠기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사고의 확장을 불러일으켰다. 얼굴 개별부위의 상징성에 따라 음양 상태가 달라지는 점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농비가 강하면 - , 명비가 강하면 + 인데,  속눈썹의 농비가 강하면 분석적인 성향, 명비가 강하면 감각적인 성향이다. 이는 귓털, 콧털, 콧수염, 턱수염 등에도 적용가능하고 각각의 해석이 존재한다. 습건비, 농담비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좋고 나쁨으로 갈리지 않는 예술적 얼굴표현법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다양한 얼굴 형태에 눈이 떠지기 시작했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바라건대, 조형과 내용의 관계를 굳이 애초부터 거부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더욱 극대화하거나 반대로 덜어보며, 깊은 사람 속, 굽이진 마음 길까지 다면적으로 이해하자. 
-p.243


실제편에 들어와 앞장에서 배운 이론을 적용해본다. 미술 작품 속 등장하는 다양한 얼굴들을 보기 삼아 형태를 살펴보고, 상태를 관찰하며, 방향을 모색한다. 얼굴을 분석하다 보면, 왜 예술가가 이러한 모습으로 그렸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던 얼굴들 속에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또 하나의 재미는 작품 속 얼굴들을 모두 얼굴 표현표로 분석해 놓은 점이다. 이를 읽기 전 먼저 얼굴을 해석해보는 것, 그리고 이를 표와 비교해보는 것 또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실전편은 이론편에 비해 독자에게 질문을 많이 던진다. 일례로 <사자 차량에 앉아있는 네 개의 팔로 무장된 두르가>에서 두르가의 얼굴을 보며 “정말 두려움이 없는 것일까?”, “그녀의 볼이 쳐진다면 어떨까?” 등과 같은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정형화된 얼굴이 없듯이, 정형화된 답 또한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얼굴이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


지금껏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의 책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얼굴 해석법과 적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보통의 책보다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오랫동안 굳어져온 나의 색안경을 내려놓는 과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얼굴을 얼굴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예술적 얼굴책>을 통해, 새롭게 사람을 마주하고 즐겁게 작품을 향유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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