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과 온라인 세계를 넘나들다
오랜 시간 기대한 ‘온라인 프린지 페스티벌’을 만났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진 요즘 페스티벌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안이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등장했다. 과연 집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은 어떨지 설레는 마음으로 온라인 키트를 풀었다. 과연 현장의 생동감과 에너지를 온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예술을 영상으로 만나는 건 어떤 느낌일까 등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고 온라인 세계로 접속했다.
집에서도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섬세하게 챙겼음을 느꼈다. 현장에서 나눠주는 입장권 팔찌, 맥주모양의 캔디, 충분한 리플렛, 문진표, 부채 등은 완벽한 방구석 페스티벌을 가능케 했다. 이 모든 것을 챙긴 채 컴퓨터 앞에 앉아 마스크 없이 온라인 페스티벌로 연결되는 열쇠 모양의 USB만 꽂으면 된다. 어렵지 않은 입장 방법을 숙지 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프린지의 세계로 접속했다.
온라인 페스티벌은 귀여움을 자아내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됐다. 직접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이름을 붙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내 입맛에 맞게 꾸밀 수 있다. 내 이름을 붙여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고, 움직이는 캐릭터들에게 말을 걸다보니 실제로 페스티벌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텔레포터의 도움을 받아 다목적 공간, 대기실, 잔디밭, 앞 공간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실제 페스티벌 장소를 구현해놓은 곳을 걷다보니 오프라인 페스티벌과는 또 다른 매력을 흠뻑 느꼈다.
섬세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가 본 공연 목록을 저장해 쉽게 구분할 수 있었으며, 방문 기록을 저장할 수 있어 다음날 들어와도 흐름이 끊기지 않은 채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었다. ‘프린지 살롱’ 또한 매우 만족스러웠다. 온라인 페스티벌 속 작품들에 대해 퀴즈를 풀 수 있게끔 마련하여 작품들을 다시금 환기해볼 수 있었다. 크고 작은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챙겨주었기에 오프라인 참가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예술가들은 이곳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되어 그들만의 예술적 표현 형식으로 마음껏 목소리를 냈다. 이런 모습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그들이 가진 예술에 대한 열정, 사회 문제를 돌아보는 통찰력,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 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왜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예술이 필요한지를 깊이 느꼈다. 정말 많은 작품을 감상하였고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나를 깨웠다.
그 중 예술人예술in 의 <어디있나요>를 말해보고자 한다. 는 숨 가쁘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같았다. 무용과 연극이 혼합된 이 작품은 예술인들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문장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김민나’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말해보겠다”고 하지만 이내 숨을 몰아쉬며 이곳이 어디고, 자신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의사는 “민나씨는 영혼을 잃어버렸어요”라고 답한다. 이러한 전개과정 속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듯한 몸짓, 틀에 갇힌 듯한 답답함 등을 무용으로 표현했다.
30분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갈 정도로 몰입감은 대단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고,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기회를 주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나 과연 나는 중심을 갖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며 살아가는지 생각했다. 이밖에도 탄츠라움의 <파인에프>, 개구쟁이창작놀이터 <언제나>, Ye Ji Yeon <스트레인저, 러버> 등 모든 작품에 애정이 갔고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예술 단체와 기관들이 온라인으로 전향할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무료 공개, 실시간 스트리밍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해보고 있으나 조회 수는 매우 적고, 입소문을 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예술은 코로나19 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운 것일까? 라는 물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프린지 페스티벌은 이러한 걱정과 의심을 한 번에 거두어 주었다.
팔찌를 차고,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보고, 친절히 작품 설명을 읽으며 온라인 페스티벌을 충분히 즐겼다. 현장의 생동감을 전해 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내게 고스란히 느껴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기력하게 방관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새삼 ‘현장에서 예술을 만날 수 없으니, 유튜브와 네이버TV로 만나보세요!’라는 대안은 매우 미약하고 무책임한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 영상 전환은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낼 대안이 될 수 없다. 안 그래도 낮은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무언가가 반드시 가미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했던 프린지 페스티벌의 노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
새롭게 온라인으로 만나본 2020 프린지 페스티벌, 새로운 도전의 첫 걸음에 함께한 느낌이 들어 영광스럽다.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표현과 제재 없는 자유로운 목소리, 새로운 방식으로 현장을 고스란히 전한 온라인 페스티벌로 ‘프린지’를 온전히 느낀 것 같다. 2021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