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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연재 Apr 05. 2023

세련됨과 서투름, 그리고 진심

발표를 참 잘하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저리도 단락의 매듭매듭이 매끄러운지?' 마치 혀에 버터를 바른 말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반대편에 속한 사람들도 있다. 들으면서 영 따라가기 거북한 목소리 톤, 툭툭 끊기고 던지는 듯한 말투와 호흡, 한참을 들어야 짐작되는 맥락 등.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팀을 이뤄 협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 소통해야 하고 이해도 구해야 한다. 또는 설득도 해야 한다. 원치 않아도 이런 상황에 자꾸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모처럼 강연을 했다. IT 분야에서는 매년 진행되는 나름 큰 행사였다. 나중에 행사가 끝나고 주최 측으로부터 참석 DB를 받았다. 대략 400명이 참석했다.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발표는 마무리했다. 

 

Cloud & AI Innovatio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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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끝내고 문득 이런 질문이 스쳐 갔다. 

어떤 발표가 좋은 발표일까?


일단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분명해야 한다. 이 전제가 깨지면 발표자가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러면 좋은 발표를 하기 만무하다.  

 

다음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이다. 여기서는 얼마나 세련되거나 서투르냐로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소통이니 1대 1이던 1대 N의 상관없다. 


그동안 수많은 발표를 했고 만남을 가졌다. 세련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다소 서툴고 투박해도 오히려 나중에 더 진심을 느껴졌던 경우도 많았다. '뭐, 진심이라면 좀 서툴고 투박해도 괜찮지 않을까?' 


처음 이성을 만나 손끝만 스쳐도 온몸에 전기가 찌르르 흘렀던 때가 있었다. 뭐 한마디만 말하려 해도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이 삐쭉빼쭉거리고 손바닥에서 땀이 나는. 뭐가 그리 어색하고 서툴었는지. 하지만, 그 서툼과 투박함 속에는 사랑이라는 '핵심 내용'이 있었다. 아마 상대도 충분히 알아주지 않았을까?

 

논어에 교언영색선의인 (仁)라는 말이 있다. 뜻은 듣기 좋게 꾸미는 말과 부드러운 낯빛을 하는 자 중에는 인자(仁者)가 드물다. 


뭐던 세련되면 좋다. 하지만 조금 투박하고 서툴러도 세상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진심만 분명하면 한번 더 시도하면 그만이다. 언젠가는 세상이 진심을 받아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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