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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연재 Apr 06. 2023

까마귀와 거북이, 그리고 속셈

지상최강의 해군과 육군의 싸움. 언젠가 모 역사학자가 임진왜란을 정의한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의아했다. 금세 탁 하고 무릎을 쳤다.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단련된 사무라이. 고려말부터 조선반도의 왜구들을 소탕해 왔던 조선수군. 바로 이 조합의 싸움.  


전쟁은 상대방이 있다. 그러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워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전쟁사를 보면 상대를 철저히 농락한 경우도 많다. 속셈이 깊은 장군의 지략이 이때 빛을 발하게 된다. 


일본은 육군이 강하니 육전을, 조선은 수군이 강하니 해전을 원했을 것이다. 몇몇 임진왜란 관련 영화는 어김없이 조선의 판옥선에 올라가서 수군을 도륙하는 일본군을 묘사한다.  


어떻게 하면 강한 일본의 육군과의 싸움을 회피하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순신 장군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했을 것이다. 아예 배에 상륙하지 못하는 방법을 고민한 전략의 탄생이 바로 '거북선'이 아닐까? 


흥미가 생겨 맥락이 비슷한 전쟁사를 찾아보았다. 로마와 카르타고와의 기원전 3세기부터 치러진 포에니 전쟁의 눈에 들어왔다. 당시 지중해의 해상 무역을 재패하면서 바다를 잘 이해했던 해군을 가진 카르타고. 중무장 보병이라는 육군을 통해 막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했던 로마.


배의 건조기술, 항해술 등에서 밀렸던 로마는 초기 시칠리아 주변에서의 해전에서 자주 패했다. 당시 로마의 전략가들은 고민했을 것이다. 이때 탄생한 것이 '까마귀'이다. 까마귀는 로마의 갤리선이 카르타고의 갤리선과 근접전을 하는 경우, 바로 카르타고의 배에 상륙해서 해전을 육전으로 바꿔 버린다. 새로운 전략의 탄생,  '까마귀'이다.  


로마 갤리선의 까마귀(Corvus) 


인생이던 조직이던 늘 부침이 있다. 좋은 일의 연속이면 좋으련만 이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어려운 순간에 맞닥뜨리면 참고 넘어가거나 아니면 묘수인 전략을 탄생시켜야 한다. 여기서 몇 번을 허우적거리면 승자는 타인의 차지가 된다.  


깊고 예리한 속셈. 언제나 까마귀와 거북이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리더가 가져야 할 자질이다. 임진왜란의 이순신 장군, 로마의 당시 전략가 등은 이런 속셈을 가지지 않았을까? 수천 년이 흐른 지금 역사는 우리에게 잔잔한 깊은 속셈의 여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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