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잠적을 했다가 나타나는 친구들 중에는 공무원 준비생이었다가 공무원이 된 친구들이 있다. 그마저도 나타나지 않는 친구들은 계속 준비 중일 것이다. 다행히 내 친구들은 공무원이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그들이 처음 공무원이 되었을 때 나는 내 일처럼 기뻤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 친구들은 어쩌면 빨리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 친구들은 내가 한창 대학원에 다니던 무렵 말하곤 했다. “네가 꼭 네 꿈을 이뤘으면 좋겠어!…” 친구들은 일이 지겹다고 그랬다. 하지만 그들도 나도 안다. 그들이 그 일을 그만두지 않으리란 걸. 아무리 그 일이 힘들고 적성에 맞지 않거나 지겹다고 해도 말이다.
29살이 된 지금 내 친구들 중 공무원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다 계약직이나 파견직이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공무원이나 선생님 준비 중이다. 혹여나 이른 시기 운 좋게 정규직 회사에 들어간 친구들은 바빠서 만날 수가 없거나, 만나면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한다. 항상 하는 걱정은 취직 걱정과 미래 걱정이다. 개인의 기호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건 일찌감치 비혼주의자가 된 친구들도 있다.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직시 피해를 볼 수 있어 결혼은 했지만 말하기를 주저하거나, 애는 아직 낳지 않겠다는 친구도 있다.
공무원 친구들도 일이 힘들고, 재미가 없어도 해야 하는 현실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들만큼은 연애와 결혼, 육아와 미래를 꿈꾼다. 여행계획을 세운다.
얼마 전 공무원 친구들과 만났을 때 그들은 여행을 가자고 그랬다. 조금씩 모아 여행자금을 마련해 30살이 되기 전에 다녀오자는 것이었는데, 나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취직을 하면… 하게 되면 그 때는 나도 참여할게.”
지킬 수 있는 약속이길.
언젠간 가능하겠지만 그 날은 언제일까?
고등학생 졸업 후, 명문대를 졸업하고나서 바로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 있다. 주변 일부는 혀를 끌끌 차지만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나도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