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넘어졌다. 금방 일어설 줄 알았는데, 별일 아닌 듯 일어설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세상에 알고 있는 모든 부정적이고 나약한 것들이 한데 모여 바닷물이 되었고 난 그 바다 위에서 매일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넘어진 걸 아무도 몰랐으면 했기에 나는 속으로만 흔들려야 했다. 그렇게 나는 흔들리는 바다 위를 버텨내는 법을 배워야 했다.
매일 주문을 외우듯 억지로라도 세상에 감사하며 긍정을 넘어 초긍정의 말들을 채우며 하루를 버텨냈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 보니 폭풍우 치는 바다는 점차 고요해졌고, 어느새 그 바다 위에서 새로운 희망에 꿈도 꾸게 되었다. 희망은 점차 커졌고 빨리 내일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섣부른 희망이 나를 집어삼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말이다. 희망에 다다르는 D-Day를 기약하며 나는 온 힘을 다해 내 삶을 버텨내고 있었다. 살려고 태어난 줄 알았는데 나는 온 힘을 다해 버텨야만 하는 그런 삶에 당첨이 되었나 보다. 그 사실을 마주하니 서글픔이 요동쳤다. 또다시 흔들리고 버티고, 흔들리고 버티고 그래도 이제 길이 보이고 끝이 보이려 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어느 날 나는 넘어졌다. 더 버티지 못하고 넘어졌다. 잠시 쉬면 별일 아닌 듯 다시 일어설 줄 알았는데, 넘어진 채 멈춰버렸다.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모든 게 귀찮아서 내가 잠시 손을 놓았다고 생각했었다. 나중에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아무것도 잡을 수 없을 만큼 내 몸이 가라앉고 있음을 느꼈다. 멈춰진 내 세계는 심해 저 아래로 나를 한없이 끌어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수면 위로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다시 흔들리는 일상에서 버틸 자신도 없었다. 나는 나를 놓아주고 싶어졌다.
남편은 나를 데리고 어느 바닷가 펜션으로 향했다. 복층으로 된 펜션에는 다락방이 있었다. 다락방에 동그란 창 하나. 내가 가라앉은 심해의 바다처럼 캄캄한 다락방에서 한참 동안 동그란 창만 바라보았다. 그 동그란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창밖에 바다마저 고요했다. 다락방은 내가 가라앉은 심해 같았다. 가라앉은 채 일어서지 못하는 나.
나는 고개를 들었다. 동그란 숨구멍이 하나 보인다.
숨구멍······.
심해 저 아래부터 물기둥이 치솟듯이 눈물이 차올라 터져 나왔다. 다락방에는 꺼이꺼이 울어대는 울음으로 파도가 일었다. 그렇게 파도는 흔들리는 바다 위로 나를 밀어 올렸다. 나는 숨을 길게 내쉬고 숨구멍을 바라보았다. 숨구멍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는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심해에서 빠져나온 나를 위로하듯이 부드럽고 다정하게.
나는 다시 바다 위에서 흔들릴 테고, 버텨내는 일상으로 돌아갈 테지. 어쩌면 또다시 넘어져서 심해로 가라앉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찬찬히 숨을 고르고 숨구멍을 찾아봐야겠다. 가라앉더라도 숨구멍 하나 내고 얕은 숨이라도 채워서 다시 오르락내리락하며 버텨 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