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PM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축하기
미안하다. 또 단골 질문이다.
PM 커리어 상담 중 빠지지 않고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 'PM 포트폴리오'에 대한 질문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지겹거나, 혹은 간절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커피챗이든, 강연 Q&A든, 슬쩍 받은 DM이든 패턴은 비슷하다. PM이 되고 싶은데, 혹은 더 나은 PM으로 이직하고 싶은데, 도대체 뭘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내가 할 줄 아는 툴 리스트(Figma, SQL, GA 등등. 요즘엔 ChatGPT도 빠지면 섭하다)를 쭉 나열하면 되는 건지, 무슨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는 건지, 아니면 대학 시절 공모전 수상 내역이라도 끌어와야 하는 건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들 모두 유의미한 요소는 아니다. 무의미하기보다는 핵심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핵심이란 말인가.
오늘은 PM 포트폴리오의 본질은 무엇이고, 대체 뭘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착각하는 것이 있다. 본인이 뭘 할 줄 아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나열'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거다. 물론 그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PM 포트폴리오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이전 글들(PM은 신입을 뽑지 않는 이유, PM은 개발을 배워야 할까 등)에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PM은 본질적으로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다. 특정 툴을 기가 막히게 잘 다루거나 특정 분야 지식이 해박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을 조율하고, 결국엔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바로 이 문제 해결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단순히 "A 프로젝트 참여", "B 기능 기획" 같은 나열은 당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평가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래서 뭘 했다는 거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PM 포트폴리오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바로 내가 이런 문제를 이렇게 해결해봤다는 문제 해결 사례들이다. 당신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 경험 속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해결했으며, 그 결과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그 '문제 해결 사례'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무슨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평가하는 입장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당신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구조는 다음의 문제 해결 4단계를 따르는 것이다. 그 간의 커리어 경험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그 사례를 다음의 순서에 맞게 조립해 작성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1. 배경 및 문제 정의
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선택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간략히 설명하고,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 왜 이 문제를 '진짜 문제'라 생각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읽는 입장에서 고개가 끄덕여져야 한다. 단순히 '매출 증대'라는 목표는 너무 막연하다. 매출 증대가 필요하지 않은 회사는 없다. 그것보다는 '50대 이상의 구매 전환율이 타 성별/연령대 대비 대비 최대 40% 이상 낮아, 재구매율 및 LTV가 낮음' 과 같이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선택한 배경과 이유가 따라와야 한다.
2. 가설 설정
앞에서 잡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혹은 어떤 해결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는지를 서술한다. 예컨대 "50대 이상의 구매율 저하의 원인은 시니어층 입장에서의 복잡한 주문 프로세스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주문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구매 전환율이 상승할 것이다."와 같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가설이라고 해서 상상이나 소설의 영역으로 서술되어서는 안된다. 충분한 근거(래셔널)에 따라 기반해야 한다. 예컨대 저 가설에서는 50대 이상이 유독 특정 구매 퍼널에서만 이탈이 일어난다든지, 50대 이상 유저를 타겟으로 한 리서치 결과같은 것들이 덧붙여진다면 좋다.
3. 문제 해결을 위한 액션
가설을 검증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가? 여기서 '팀이 했다'가 아니라 '내가 주도해서' 혹은 '내가 이러이러한 역할을 해서'가 드러나야 한다. 예컨대 주문 프로세스 간소화하고 그 결과를 A/B 테스트로 검증했다든지의 구체적인 케이스가 드러나면 좋을 것이다. 어떤 액션을 했는지 등이 스크린샷 등으로 준비되어 있다면 좋다.
4. 결과 및 피드백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액션 전후 비교가 명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숫자로 작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선되었다"가 아닌 "재구매율 15%p 증가"나 "전환율 5% 개선"과 같은 방식으로 서술되어야 한다. 또한 이 결과가 처음에 정의했던 문제 해결 및 비즈니스 임팩트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서술하고, 성과를 어떻게 확장했는지에 대해서도 간단히 서술해준다면 좋다.
이 4단계를 충실히 따라서 당신의 경험들을 '문제 해결 사례'로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도 포트폴리오의 퀄리티가 확 달라질 것이다.
위 꼭지의 Step 4에서 강조했지만, 주니어나 미드 주니어 레벨 이하의 pm 포트폴리오에서 과제를 숫자로 나타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당신이 만들어낸 결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숫자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없는 문제 해결 사례는 그냥 썰에 불과하다. 듣기엔 재밌을지 몰라도, 당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해주진 못한다.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숫자로 보여줄 만한 게 없어요"라고 말하는 주니어 분들이 많다. 만약 당신이 속한 환경 자체가 실제 운영되는 제품이 없거나(극초기 스타트업 등), 결과를 측정하고 개선하는 문화가 전혀 없는 곳이라면 숫자를 만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 현재의 환경 내에서 조금이라도 제품 지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고, 그마저도 어렵다면 실제 제품 운영 경험과 숫자 기반 성과 측정이 가능한 환경으로 옮기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플랫폼을 구축했다'거나 '(결과 없는)기능을 출시했다'나 '창업 멤버로 참여했다'는 경험만으로는, 성장 단계에 있는 제품을 다루는 PM 포지션에는 어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제품 지표보다 특정 플랫폼이나 피쳐를 구축하는 경험을 우대하는 포지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구축 경험 그 자체가 더 강점이 될 것이다. 다만 냉정히 말하자면 주니어 레벨 이하에서는 그런 PM 포지션의 숫자가 많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가지기 쉬운 오해 중 하나는, 숫자가 너무 조촐해서 쓰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숫자의 절대치는 중요하지 않다.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운 너무 작은 숫자(예를 들어 유저 1000명 이하)가 아니라면 숫자의 크기는 충분하다.
주니어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의 절대적인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가 당신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와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맥락), 그리고 당신이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기여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은 개선이라도 좋다. 가입 전환율 5% 개선, 특정 기능 사용률 10% 증가, 고객 문의 건수 20% 감소 등.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문제를 인지하고, 가설을 세우고, 액션을 통해 측정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 그 자체다.
되려 주니어 연차와 역할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숫자는 되려 독이 된다. 총경력 1-2년이 안되는 PM이 회사 매출 100억, MAU 300만 향상 등과 같은 성과를 가져온다면 되려 신뢰도 이슈가 따라온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시니어 PM이나 팀 전체의 성과를 마치 당신 혼자 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확률이 높고, 인터뷰어의 수많은 꼬리 질문들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포트폴리오에 몇 개의 문제 해결 사례를 넣을 것인지에 대해 정답은 없다. 최소 3개 이상의 제대로 된 문제 해결 사례 (각각은 4-Step + 숫자 포함)가 있을 때 포트폴리오로서 어느 정도 쓸만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원자의 문제 해결 사례들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최소 숫자 정도이며, 1시간 정도의 인터뷰 시간에 적당한 포트폴리오 기반 질문/답변이 왔가갔다 하기에 좋은 숫자다.
PM 포트폴리오를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결국 당신이 PM으로서 해야 할 일, 즉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 을 잘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미사여구보다, 당신이 겪었던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 그리고 그 결과로 얻어낸 (비록 작을지라도) 의미 있는 숫자들이 담긴 진솔한 스토리가 훨씬 더 강력하다.
당신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 그 과정 자체가 당신을 더 나은 PM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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