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은 데이터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

데이터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pm들에게

by 도락구

미안하다. 이 글 쓰려고 다소 제목에 어그로가 있었다.


먼저 극심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해 disclaimer를 걸어둔다. PM이 데이터를 알아두는 것은 '확실히' 좋으며, 심지어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럼에도 왜 이런 어그로성 제목을 써가면서까지 글을 썼을까.


오늘은 PM과 데이터 역량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다시 한 번 어그로성 제목에 사과한다)




"데이터를 공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공부하면 될까요?"


정말 자주 듣는 단골 질문 중 하나다. 신입 레벨의 PM들에게 질문을 받을 때 2명 중 한 명 꼴로 무조건 이 질문이 나온다.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인만큼,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대개 비슷한 패턴이다.


2년차 미만이고,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전이며, 메인 커리어에 스텝인하지 않아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다. 본인이 다른 경쟁자 대비 차별화된 포인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 안에서 본인만의 강점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며, 데이터가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PM 채용 공고들을 보다 보니 대부분 데이터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보니 이 생각에 확신이 든다.


반면 담당하고 있는 회사/프로덕트의 사이즈가 너무 작거나, 제품이 본격적으로 동작하기 전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된다. 당장 회사를 옮기거나 이직하기에는 어려우니, 데이터를 따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후 데이터 분석 강좌를 찾아보거나 책을 찾아보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지만, 결과는 뭔가 공허하다. 강좌나 책에서 가르쳐준 내용은 분명 뭔가 멋있어 보이는데, 정작 이것을 어떻게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뭔가 본인의 얘기 같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년차 미만의 '대부분'의 PM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 질문이 정말 많이 들어오는 것 자체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기술의 함정

이 단락의 주 내용은 PM의 데이터 분석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 + 공포 마케팅 형식으로 강의를 마케팅하는 회사들을 와다다다 비판하는 것이다.


무슨 자격으로?라 생각할 수 있겠다. 필자는 첫 커리어를 Business Data Analyst로 시작했다. SQL은 물론이고, Python을 활용한 데이터 수집, 전처리, 시각화, 분석 등 전 과정을 담당했었고, 이후에는 코딩 교육 회사에서 9억 규모의 데이터 분석 교육 프로젝트를 총괄한 바 있다. 이후에는 수백만 명 규모의 MAU 제품팀을 담당했었고, 여러 데이터들을 보았으니 나름 'PM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발언권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ㅎㅎ




필자가 커리어 상담을 진행해오며 강하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신입 PM/취준생들이 데이터 분석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데이터 분석 역량만 있다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고 오는 경우도 많다. 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르기 위해 Python, SQL, Google Analytics, Amplitude 같은 분석 툴들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PM이 Python, GA와 같은 데이터 분석 툴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PM 강의를 제작하는 교육 회사들의 근거 없는 공포 마케팅에 가깝다. 단적으로 말해 대부분 쓸 데 없다. 필자 역시 최근 1년간 PM 업무를 하며 python을 켜본 기억조차 없을 정도다. 왜 그런가 물으신다면 그딴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며,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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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에게 데이터 역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며 오히려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PM이 가져야 할 것은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이지, 데이터 분석 기술이 아니다. 데이터 리터러시란 데이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직역하자면 데이터 문해력이다. 그 둘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 둘은 매우 다르며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분석 기술은 hard skill이고, 데이터 리터러시는 soft skill에 가깝다. Python이나 SQL을 통해 데이터를 잘 추출하거나 가공할 수는 있다. 또한 데이터를 멋들어지게 시각화하고 분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PM에게 그러한 기술이 중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PM에게는 다음 질문이 중요하다.


- 어떤 데이터를 분석하여야 할까?

- 그에 따라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가?

- 그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여 볼 것인가?

- 가공된 데이터를 어떻게 시각화하여야 할까?


PM에게는 데이터 분석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를 캐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숙련되고 제품 경험이 많은 PM일 수록 이러한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 수준 역시 높다. 이들은 새로운 문제나 이슈를 발견했을 때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지 직감적으로 캐치한다. 필요한 데이터가 있다면 분석가 혹은 팀원(정 없다면 스스로)에게 데이터를 요청하고, 필요한 데이터가 없다면 데이터를 추가로 수집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PM 데이터 분석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좌는 많지만, 데이터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좌는 많지 않다. 아마 전자는 명확한 커리큘럼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겠지만, 후자는 커리큘럼화하기 어렵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바로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않을까.







일단은, 엑셀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데이터가 없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아닌 환경에 대해 불평하는 신입/주니어 PM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커리어를 상담할 때는 최대한 젠틀하게 답변하지만, 내심 던지고 싶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필요한 데이터가 다 있다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으신가요?"


굉장히 도발적인 질문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해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질문에 대해 10초 안에 명확하게 "네!"라고 답변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데이터가 아무리 많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대부분 무용지물일 것이다. 이른바 데이터 리터러시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 좋은데 데이터 리터러시는 어떻게 키우느냐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그 전에 질문.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데이터 분석 툴이 무엇인지 아는가?


섹션 제목에서 답을 스포했듯,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데이터 분석 툴은 다름 아닌 엑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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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자료는 없지만 아마 엑셀의 데이터 분석의 점유율로만 치자면 99.9% 이상이지 않을까. 그만큼 데이터 분석 툴로서 엑셀이 가지는 위상은 확고하다. 이 글을 보고 "아니, 엑셀이 무슨 데이터 분석 툴이에요?"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데이터 리터러시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엑셀은 데이터를 다루는 가장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데이터와 숫자를 원하는 형태로 직접 놓아볼 수 있고, 간단한 함수들을 통해 필요한 결과를 도출해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Python이나 SQL로 데이터를 다루려면 코드나 쿼리를 직접 짜야만 하는 것에 비하면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직관적이다. 이렇게 엑셀로 데이터를 조금씩 정리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데이터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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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부분의 데이터 분석 역시 엑셀로 가능하다. 필자도 마찬가지고, 아마 대부분의 숙련된 PM들도 99.9%의 데이터 분석 업무는 엑셀로 처리할 것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sql로 추출하거나 분석가에게 요청해서 받아올 수는 있지만, 결국 마지막 분석은 엑셀로 한다. 바꿔말하면 엑셀만 제대로 다룰 수 있어도 PM에게 필요한 데이터 분석 기술의 99.9%는 확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정말 기초적인 수준의 SQL 역량 정도랄까.


(최근에는 스타트업/IT회사 환경에서는 엑셀과 함께 구글 스프레드시트 또한 많이 사용된다. 엑셀과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거의 같은 제품이라 보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

앞서 말했듯 데이터 분석에 대한 hard skill은 엑셀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PM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내가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가를 알 수 있는 soft skill이다.


PM이라면 '데이터가 없다'라고 불평하거나 '데이터 분석 역량이 부족하다'라고 한탄하는 것 이전에, '내가 지금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와 '이를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풀기 위해 이 데이터가 필요하다'라는 것이 일단 머릿속에 들어온다면, 그 다음은 그 데이터를 어떻게 구할까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PM의 역량이다.



우리 제품의 사용자가 너무 적은가?


사용자가 너무 적다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아예 들어오지조차 않는가, 아니면 들어오는데 많이 이탈하는가? 전자라면 문제는 제품의 인지도이고, 후자라면 문제는 제품의 전환율이다.


제품의 전환율이 문제라면, 제품 전환율을 어떻게 볼 것인가? 데이터가 있는데 내가 볼 수 없다면 개발자나 분석가에게 요청해보자. 데이터가 없다면 제품 전환율을 지금이라도 측정하기 위한 개발 환경을 구축하여 데이터를 모아나가는 것이 PM이 할 일이다.


이렇듯 내가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하고 그에 따라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안다면 그 뒤에 필요한 액션 아이템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 액션 아이템에에 따라 분석가나 개발자에게 요청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PM이 직접 그 분야를 공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을 잘 이해한다면 python과 같은 데이터 분석 기술을 지금 당장(그리고 앞으로도) 공부하는 것보다는, 제품에서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에 더 집중하는 것이 훨씬 값어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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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PM이 데이터 역량이 있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무기이다. 하지만 그것이 PM이 높은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보유함을 의미하는 것이지,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데이터 역량을 개발하고 싶다면 python이나 amplitude 같은 것들를 배우는 것보다, 먼저 엑셀을 켜보자. 고객 VOC를 하나하나 엑셀에 정리해보며 어떤 VOC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지 통계를 내고 결론을 도출해보자.


아직 제품이 런칭되지 않거나 개발 중이라면 VOC가 없는가? 그렇다면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과 연관된 키워드로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해보자. 그리고 사용자들이 블로그나 카페에 남긴 글들(소셜버즈라 한다)을 수집하고 엑셀로 유형화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뭐든 판단에 필요한 정보라면 무조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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