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이 먹히는 제안을 하는 법(2)

든든한 우군을 만들고, 확실한 증거를 만들기

by 도락구

지난 글에서 우리는 우선순위 설정의 핵심 요소는 임팩트나 비용 등이 아닌, '공감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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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무에서는 어떠할까. 우선순위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때, PM으로서 나의 아이템을 팀과 회사에 어떻게 제안을 해야 하는가. 오늘은 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실행 비용이 낮다면 제안서보다 실행을

아이템을 제안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비용의 크기이다. 여기서 비용은 재무/회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느냐 뿐만 아니라, 이 아이템을 실행(개발)하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는지를 포함한다. 즉 회사 또는 팀이 얼마나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야 하는지다.


내 아이템의 비용이 매우 작다면, 즉 팀이 며칠만에 또는 아무리 길어도 한 스프린트(일반적으로 2주) 안테 끝낼 수 있는 아이템을 생각해보자. 이런 경우 팀 설득을 위해 제안서를 길게 쓰거나, 필요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할 수도 있다. 비용이 낮다면 일단 빠르게 실행해보고 결과를 보는 것이 앞에서 무의미한 기획서나 제안서를 쓰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템들은 PM의 gut feeling, 즉 프로덕트 센스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팀원들과 주고받은 아이디어, 고객으로부터의 VOC 등으로부터 출발할 수도 있다. 아이템의 비용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작은 개선이지만, 이러한 작은 개선들이 모여 큰 성과가 이어지거나 제품의 큰 개선으로 이어지는 실마리가 발견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타 팀과의 협업이 필요하거나, 우리 팀의 팀워크가 부재하거나, PM으로서의 이 팀을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아 신뢰 자산이 형성이 필요할 때 등이다. 이런 경우는 실행 비용이 낮더라도 이것이 왜 실행되어야 하는지 등의 설득 작업이 필요하므로 제안서에 조금은 공을 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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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비용이 높은 경우

반대로 실행 비용이 높아 팀과 회사에서 큰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는 어떨까.


팀괴 회사는 PM이 아닌 아이템의 진행을 위해 자원을 투자한다.(물론 PM 자체를 신뢰하고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아이템이 왜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과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투자하는 리소스 대비 충분히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지, 우리 회사의 위협을 제거할 수 있을지, 당장의 매출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는지 등이 설득되어야 한다.(결론은 조직에 얼마나 큰 '공감대'를 가져와줄 수 있는지다!)


조직 내에 누가 보더라도 이 아이템이 실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될 정도의 제안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안서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로 챙겨야 할까? 정답은 없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많을 수록, 직급이 높을 수록, 비용이 클 수록 제안서의 완성도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PM은 아이템과 조직 내의 상황을 잘 관찰하면서 내 아이템을 제안하는 데에 어느 정도 공을 들여야 할지를 직감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맥 빠지는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이것은 소위 대부분 '짬'으로 길러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주니어PM과 시니어PM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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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비용이 높은 경우의 실무

혹 너무 현학적인 이야기만 해서 와닿지 않다고 생각할 독자들을 위해, 지금 당장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2가지 실무 팁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1. 서프라이즈 아이디어는 피하고, 미리 스폰서를 만들기

경험이 많지 않은 PM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실수 중 하나는 아이디어를 서프라이즈 식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요컨대 미팅 자리에서 갑자기 아이템을 꺼낸다든지, 제목만 예고해놓고 아이디어를 당일에 갑자기 발표하는 것 등이다.


이런 PM은 대부분 내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하여 제안서를 쓴다. 설득해야 하는 대상들이 있고, 내 아이템이 돋보이고 싶으므로 기획서나 제안서 작성에 공을 많이 들인다.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서 넣느라 시간을 많이 썼기 때문에 내 아이템에 대한 애정도도 높다.


안타깝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안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아이템을 멋지게 발표했지만, 청중은 내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다. 아이템은 좋은데 지금 실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거나, 다른 우선순위가 더 높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필자만 이런 경험을 직접 해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ㅎㅎ;;)



이렇게 팀/회사에 서프라이즈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대개 실패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회사가 이 아이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무에서 현명하게 풀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피드백을 받고, 이 아이템의 스폰서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제안서를 만드는 데에 너무 시간을 쓰는 것보다는, 내 아이템이 제안될 회의에 참석하는 관계자들을 대상(대부분 나의 직속 상사일 것이다)으로 아이디어 초안 단계에서 피드백을 받으라. 때로 제안서가 만들어질 필요도 없다. 간단히 커피챗을 하며 이 아이디어가 어떨지를 물어보고, 조언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이 아이템이 회사에서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아이디어는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서 미리 피드백 받아두는 것이 좋다. 피드백을 받게될 수록 아이디어는 단단해진다. 너무 얼토당토 않은 아이디어로 드러난다면 이 단계에서 빠르게 기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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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의 숨겨진 핵심은 내 아이템의 스폰서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템을 피드백 받은 대상이 아이템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라면, 어쨌거나 그 아이디어를 '같이 디벨롭'한 사람이 된다. 그 대상과 충분히 디벨롭되지 않았다고 판단되었는데도 아이템을 미팅에 올릴 일은 흔치 않으므로, 이런 분들은 중요 미팅에서 내 아이템에 대한 강력한 스폰서가 된다.


한 명과만 하는 것이 아닌, 핵심 이해관계자가 여럿 있을 경우(+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한 상황일 경우) 이를 가능한 많이 해두는 것이 좋다. 언급했듯 피드백을 받으며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것은 덤이고, 스폰서가 더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부서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다면, 해당 부서의 우려 의견을 반영해서 아이디어를 보충해갈 수도 있다.




아이디어에 대한 스폰서를 가능한 많이 모았다면, 이들은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미팅에서 내 아이템에 대한 호의적인 의견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통과하는 제안이 만들어지는 방법이다.


이것은 PM의 실무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이것을 이른바 사내정치와 혼동하여서는 아니된다. 사전 피드백 & 스폰서십 확보의 궁극적 목표는 통과될 제안을 만드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러한 피드백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충분히 사전 조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으로 무지성 지원해주기를 요청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2. 실행 비용을 낮추고, 근거를 만들기


두 번째 실무 팁은 아이템의 실행 비용을 낮추고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A: 아이템을 실행하는데 1년이 걸립니다

B: 아이템을 실행하여 결과를 검증하는데 2주면 충분합니다.


두 가지 옵션이 있다고 해보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압도적으로 B 옵션이 선택된다.


A옵션은 비용이 너무 크게 들어간다. 회사 입장에서 정말 확실한 근거가 없다면 선뜻 지원해주기 어렵다. 의사결정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반드시 해야만 할 이유를 찾는 것보다는 안될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PM이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반드시 해야만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이 아이템의 비용은 다소 있을 수 있지만, 기대하는 임팩트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신(=공감대)을 회사에 심어주는 것이다.



한 번쯤 들어보았을 애자일, MVP, PoC 등의 단어들은 여기에 사용된다.


다음 상황을 생각해보자.


PM이 아이템을 실행하고 싶다고 해보자. 팀 개발자들과 대충 개발 견적을 겐또 때려보니 1년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팀 전원이 이 아이템에만 달려들어야 한다. 이대로면 기존의 운영 이슈는 물론이고 다른 아이템도 수행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직감이 든다.

이것을 꼭 해야 한다면 추가 리소스를 받아오거나, 기존에 하던 일을 멈추고 팀은 이 작업에만 매진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회사와의 얼라인이 필요하므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문제는 거의 1년짜리 작업인데, 우리의 결과물이 기대한 임팩트를 내기까지는 다소 불확실한다. 과거 데이터로 프로젝션은 해보았으나 예측치에 불과하다.

당신이 PM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은 실행 비용을 낮추어서 결과를 가져가는 것이다. 복잡도가 높은 플랫폼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은 컨셉 수준의 mvp를 바탕으로 빠르게 실험해볼 수 있다.


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알베르토 사보이아)>에서는 다음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세탁물을 자동으로 접어주는 기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기계를 만드는 것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너무 편리한 기계라고 생각해, 가치만 증명된다면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기계를 개발하고 싶다.

문제는 높은 비용을 들여서 만들어진 기계를,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살 만큼 충분한 니즈가 있는가이다.

이것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책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은 솔루션으로 제시한다. 그럴듯한 기계의 외형만 만들고, 그 기계 안 사람이 들어가서 직접 세탁물을 접어 주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당연히 기계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지 모른다. 이 사람이 들어있는 기계(?)를 셀트 세탁소에 설치한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어마어마한 기계 제작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빠른 검증이 가능하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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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과거 '아마존 고'라는 무인 편의점을 선보였다. 고객은 무인 편의점에서 물건을 집고, 별도의 계산 과졍을 거치지 않고 그냥 나가면 된다. AI가 탑재된 카메라가 고객이 어떤 물건을 집었는지를 분석해, 등록된 계좌/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아마존은 이를 보도자료까지 포함해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당시 사람들은 아마존의 혁신성에 열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마존은 아마존 고 사업을 철수했다. 철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효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AI 카메라가 분석한다고 했던 계산 과정이, 실제로는 인도인 1000명이 카메라를 보면서 고객이 집는 물건을 하나하나 손으로 계산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AI가 계산 사실 인도인 1000명이 일했다


인도인 1000명과 매장 설치 비용도 많이 들었겠지만, 실제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의 비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아마존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이 모델이 '효과적이지 않다'라는 사실을 검증한 것이다.






좀 더 현실적인 레벨로 내려와보자.

이는 실제 한국의 IT 스타트업에서 굉장히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예컨대 AI 호텔 예약 기능이 우리 서비스에 붙었을 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까?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AI 모델을 붙일 필요도 없다. 고객에게는 AI가 수행하는 것처럼 예약 기능을 보여주고, 실제로는 고객이 작성한 질문을 운영 담당자가 뒤에서 실시간으로 호텔 예약을 대행해주는 것이다. 서비스/팀의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아무리 늦어도 1주일이면 이 '그럴 듯한' 서비스를 기획부터 출시하고도 남는다.


'가짜 테스트'의 효과가 좋다면 테스트의 결과는 내 아이템의 제안서에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를 통해 PM은 비용이 크더라도 '이 아이템을 해야 하는 증거'를 회사에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짜 테스트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PM은 빠르게 아이디어를 피봇하거나 기각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마치며

PM 실무는 언제나 설득의 연속이다. 여기서 제시한 방법들을 통해 여러분들도 실제 회사에서 더 많은 제안들이 통과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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