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2학기 중간 시험
1학년 2학기 중간 시험
학기가 바뀌고 다시 1학년 중간고사 시험일이다. 3교시,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책을 펴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갈수록 아이들이 더 진지해지는 것 같아 순간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나누어주고 문제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했다. 내가 1학년 2학기에 수업하는 과목은 한국어 발음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듣기 문제가 많다. 시험을 시작할 시간이 되어 듣기 방송을 들려주었다. 두 번을 들려주기로 했는데 아이들은 첫 방송을 듣고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대화 중에 나오는 단어에 괄호를 하고 거기에 해당 단어를 넣는 문제인데 아이들은 방송에 나오는 대화의 속도를 거의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는 대화를 끊어서 충분히 단어를 쓸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빈 괄호를 하나하나 채워나갔다. 역시 1학년, 아직은 제대로 듣는 것이 어렵고 더구나 그것을 한글로 적는 것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천천히 들려주었음에도 빈 괄호를 채우지 못하거나 아니면 철자법에 맞지 않는 단어를 적은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입이 근질거리고 손이 막 나가려 했지만 시험은 시험, 그렇게 할 수 없어 안타까워했는데 유일한 남자인 모세가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손으로 시험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서 보니 아직 채우지 못한 괄호가 제법 많았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하면서 다시 한 번 더 들려주었다. 사실 제대로 듣고 이미 답을 한 학생에게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두 번 들려주기로 약속을 하고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아이는 이미 괄호에 제대로 된 답을 적은 뒤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안타까워 방송을 다시 한 번 더 들려준 것인데 다행히 그것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한국어로 말을 할 수 없어서 안 한 것 아닌가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이들 눈빛을 보면 안다. 만약 내가 방송을 한 번 더 들려주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면 그 아이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눈빛이 달라졌을 것인데 그런 아이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방송을 한 번 더 들려주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사실 괄호를 채우지 못한 아이가 안타까워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시험을 통해 그 아이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얻을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생각했던 것이 내가 그렇게 한 더 중요한 이유였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채점을 해 보니 역시 편차가 크다. 다 맞은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절반도 맞추지 못한 아이가 서너 명 있었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 가끔씩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불량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교실에서 조용히 수업을 듣고 선한 웃음을 얼굴에 달고 있는 아이들이다. 우연히 교정에서 만나면 아주 반가운 몸짓으로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한 아이는 지각이나 결석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절반을 맞추지 못했다. 그 아이, 수업 시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