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바탐방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 15

코로나 이후에도 마스크를 쓰는 아이들

by 지천

코로나 이후에도 마스크를 쓰는 아이들

1학년 수업. 2학기 수업이 시작된 지 제법 시간이 지났지만 오늘부터 다른 책으로 공부를 한다. 새로 시작한 책은 모음부터 시작해서 한국어 단어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발음 연습을 하게 만든 책이다. 사실 이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 여러 명의 선생님들과 한국어 수업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국어 읽기가 가능한 학생들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다시 모음과 자음 발음부터 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래도 정확한 발음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벗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발음 교육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입모양을 보면서 아이들이 내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며 교재에도 입 모양을 그려놓고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모두 마스크를 벗고 수업에 참여했다.

이곳 아이들, 마스크를 많이 쓰고 있다. 거의 모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은 오토바이를 탈 때뿐만이 아니라 수업 중인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는 학생이 많다. 오토바이를 탈 때야 먼지와 매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코로나도 끝났는데 왜 실내에서도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을까? 혹시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방편으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하긴, 내 생각, 내 느낌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하는 점일 테니 말이다.

퇴임 전, 교육청에서 근무를 하다가 2019년 9월에 다시 학교로 나갔다. 그리고 2020년부터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되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교실이나 밖에서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가끔 마스크를 쓰고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가 있었지만 아주 소수였고 그래서 그 아이가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부터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했고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선생님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해야 했고, 밖에 나가도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난 뒤, 2022년 하반기 쯤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많은 아이들이 그냥 마스크를 쓰고 등교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들 중에서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때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마스크를 쓰면 다들 정말 예쁘게 보인다고. 눈만 보이니까, 눈만 보면 누구나 예쁘게 보이는 마스크 미인들이라고. 그래서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일까? 그 생각을 하니 문득 한국의 고등학교 교실이 그리워진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있을까? 지금쯤이면 내 교직 생활의 마지막 해, 그러니까 2022년에 입학한 아이들이 3학년이 되었을 텐데 그들은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힘든 3학년 생활 잘 이겨내고 있을까? 내가 캄보디아를 떠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 아이들, 대학생이 되어 있을 테지. 제법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들 얼굴과 이름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수업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이 아니고 그냥 쉬는 시간에, 아니면 밥 먹는 시간에 잠시 잠시 만난 아이들이니 그럴 수도 있을 테지만, 일 년 반 정도 지난 시간에 그들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만남의 깊이가 얕아서 그럴 것이란 생각을 했다.

캄보디아를 떠난 지 여섯 달이 되어 가는 지금은 1년 동안 나와 함께 생활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이 또렷이 생각나고 그 이름과 얼굴을 연결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한국어학과 전체 학생이 60여 명 정도였고 그들과 1년 동안 교실에서 만나 수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흘러 1년이 지나고 또 한 해가 더 지나면? 아이들의 얼굴이 희미해지기 전에 나는 다시 캄보디아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으로 올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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