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말하기 대회

by 지천

어제는 프놈펜에서 있었던 말하기 대회를 마치고 밤 열두 시 정도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 버스로 먼 길을 이동했던 터러 조금 피곤했지만 오늘 제 시간에 출근을 했다. 다음 주 개학을 앞두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였다. 그리고 오후에는 GKS 장학생으로 계명대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1학년 린나를 만나서 서류를 봐야 했다.

10월 8일부터 이틀 간 프놈펜에 다녀왔다. CKCC(캄한협력센터)에서 주관하는 말하기 대회에 참석하는 세 명과 함께였다. 이번 말하기 대회는 참가자를 중급과 고급 분야로 나누었다. 중급과 고급 분야에는 각 기관별로 한 명씩 초대가 되었고 나머지는 예선을 통과한 사람만 본선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초청받은 사람과 예선을 통과한 사람이 모여 본선 대회를 여는 것이다. 바탐방대학교에서는 중급으로 이제 3학년이 되는 마오 마니, 고급으로 뽄러 선생님을 추천했고 3학년이 되는 엠 완나와 떼 완나, 4학년이 되는 스레이디와 올해 8월에 졸업을 한 몬타이는 예선 대회를 위해 원고와 영상을 보냈다. 하지만 네 명 중 몬타이 한 명만 예선을 통과하여 최종적으로는 추천을 받은 마니와 뽄러 그리고 예선을 통과한 몬타이 이렇게 세 명만 대회 참가 자격을 얻어 나와 같이 가게 된 것이다. 내가 잠시 지도를 했던 두 명의 완나, 그리고 스레이디가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여 조금 아쉬웠다. 내가 보기에 엠 완나는 발음도 좋고 내용도 괜찮아 예선을 통과하지 않을까 기대를 많이했는데 기대는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당일 대회에 중급 다섯 명, 고급 다섯 명만 발표를 하게 해서 예선 심사가 좀 까다로웠던 모양이다.

오후 12시 40분, 비락 번탐 버스 타는 곳으로 가니 세 명은 이미 와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곧이어 도착을 했다. 38인승 버스, 바탐방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큰 버스였다. 나는 3학년이 되는 마니와 같이 앉기로 했다. 말하기 대회를 할 때 간단한 인터뷰도 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마오 마니는 한국어로 소통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했기 때문에 가면서 가볍게라도 대화를 하면서 인터뷰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버스에 타고 난 뒤 잠시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것이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이야기를 계속하기도 어려웠지만 마니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출발한 버스가 잠시 후 바탐방대학교 앞을 지났다. 대학이 프놈펜 가는 길목에 있어 학교 앞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고개가 학교 쪽으로 돌아간다. 버스 안에서 학교를 바라보니 학교 공터에 빽빽하게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교문 밖에 줄지어 서 있었다. 오늘이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보는 날, 이곳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졸업시험을 본다. 당연히 졸업시험도 대학이 주관을 해서 치른다. 우리 대학에서도 졸업시험을 대비해 지난 일요일부터 외부인 출입을 금지시키고 덩달아 우리도 월요일 학교에 가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바탐방 기행을 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얼핏 바라본 모습, 아이들이 교문 앞에 일렬로 서 있다가 들어가는 모습이 이상해서 나중에 보파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기 위해서란다. 이곳에서도 전자기기를 비롯하여 소지 금지 물품에 대한 단속을 하는 모양이다.

버스는 네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르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버스에는 기사 외에도 중년의 남자 한 명이 제복을 입고 같이 탔는데 조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젊은 여성 한 분이 자리를 오가며 승객의 편의를 돌봐주고 있었다. 우리 자리에 와서 커피와 차, 그리고 라면 중 무엇을 먹을지 물어보길래 나는 차 한 잔 마시겠다고 했다. 프놈펜까지 가는 차비가 12불, 그런데 승무원이 세 명에다 먹을 것, 마실 것까지 제공하는 버스, 조금은 뜻밖이었다. 버스에 탄 승객은 고작 10여 명, 이러고도 이익이 남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통 12인승이나 16인승 버스는 15불을 받는데 서비스는 물 한 병 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12불을 받으면서 이런 서비스라니…….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네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두 번 쉬면 다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네 시간 만에 가려고 하니 중간에 쉴 시간이 없을 터였다. 버스에 화장실이 있어 승객들은 별 문제 없이 갈 수 있겠지만 기사는 어쩌나. 네 시간 동안 운전을 해도 피로하지 않을까? 문제없이 달릴 수 있을까? 너무 무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중간에 다른 사람이 운전을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네 시간을 운전한다. 두 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꼭 쉬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달랐다. 빨리 가서 좋긴 했지만 너무 무리하게 운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다섯 시 정도에 프놈펜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툭툭을 타고 HM Grand Central Hotel에 도착해서 체크 인을 한 후 방에서 잠시 쉬다가 로비에서 만나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은 한국식당인 ‘본가’에 가서 한국음식을 먹기로 했다. 캄보디아 음식에 비해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식사비를 주최측에서 따로 준다고 하니까 아이들에게 한국 음식을 먹이고 싶었다. 아이들은 그리 익숙하지 않은 한국음식일 텐데 잘 먹었다. 그리고 맛있다는 소리를 연신 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면서 잠시 연습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아이들은 쉬고 싶어 했다. 먼 길 달려왔으니 피곤할 텐데, 잘 쉬고 내일 아침 식사를 한 뒤에 잠시 마무리 연습을 하자고 말한 뒤 방으로 돌려보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난 뒤에 내 방으로 아이들을 불러 간단하게 마무리 연습을 했다. 친구들에게 말하듯 자연스럽게 말하는 연습을 했고 또 긴장되면 말이 빨라질 수 있으니까 긴장을 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것은 반복적인 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툭툭을 타고 CKCC가 있는 왕립 프놈펜대학교에 도착한 시간이 열두 시 정도,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자고 하니 아침에 많이 먹어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면서 음료수 한 잔 정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그렇게 했다. 연못 가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 한 잔씩 마시고 CKCC로 가니 한류의 날 행사가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민쩨이대학교에서 온 김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같이 CKCC 사무실에 갔다. 그곳에서 두어 달 전에 캄보디아에 온 봉사단원을 만났고 또 봉사단원으로 근무하다가 임기를 마치고 지금은 한림대학교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는 선생님도 만났다. 그리고 두어 달 전에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잠시 다니러 왔다는 선생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 선생님은 164기로 선발이 되어 다시 태국으로 간다고 했다.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을 한 다른 단원들도 다시 다른 나라로 봉사활동을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번 이렇게 활동을 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대화를 마치고 행사장인 강당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발표 준비를 하면서 약간은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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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30분, 대회가 시작되었다. 시작 전, 의례적인 인사도 없었고 대회 규정에 대한 것도 말하지 않았다. 곧바로 중급 분야부터 발표가 시작되었는데 발표하는 학생들, 혹은 일반인을 보면서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참가 규정으로 중급은 한국어를 배운지 2년 이내인 사람이 참가할 수 있고 고급은 3년 이상 한국어를 공부한 사람에게 참가 자격을 준다고 되어 있는데 중급으로 출전한 사람 중 한 명은 대학교 4학년이고 다른 한 명은 2011년부터 한국어를 배웠으며 지금은 한국인 남자와 결혼을 한 사람이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그 자리에서 말할 수 없어 옆 자리에 앉은 김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참가자가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발표 주제를 중급에 맞춰서 제출했기 때문일 거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중급에 출전한 마니는 약간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워낙에 한국어 발음이 좋아서 수상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했다. 발표자들이 말하기를 끝내면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간단하게 질문을 했는데 참가자들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급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힘든 아이들인데 심사위원들은 질문을 길게 하고 또 쉽게 답하지 못할 물음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쉽게 답을 하지 못하고 다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었다. 마니 역시 그러했다. 예외적이라면 한국어를 배운지 10년 넘은 여자, 한국인과 결혼을 했다는 그 여자만이 어느 정도 대답을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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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고급 부문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바탐방대학교 졸업생인 뽄러가 제일 먼저 발표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또렷하게 자신이 경험한 한국의 낯선 문화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심사위원의 질문에도 묻는 의도를 정확하게 알고 제대로 대답했다. 하지만 같이 고급 부문에 출전을 한 몬타이, 지난 8월에 졸업을 한 몬타이는 중간에 말이 막혀 제법 많이 더듬거렸다. 안타까웠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고급 부문 출전자답게 발표도 잘했고 질문에도 대답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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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가 끝난 뒤 K-Dance 공연과 태권도 시범 공연이 이어졌다. 아마 심사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 이 기회에 한국 문화를 더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중급 부문부터 심사 결과 발표와 시상식이 거행되었는데 역시 최우수상은 한국인과 결혼을 한 그 여자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우수상은 민쩨이대학교 한국어학과 대표라는 4학년 남학생이 받았다. 마니는 안타깝게도 3등상도 받지 못하고 그냥 참가상만 받았다. 마니가 운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대회 운영의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이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마니가 아무리 한국어 발음이 좋다 하더라도 10년 이상 한국어를 접한 사람이나 4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학생과 같이 경쟁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고급 부문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시상식을 했는데 뽄러가 우수상을 받았다. 내심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조금은 아쉬웠다. 최우수상은 왕립 프놈펜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인데 한국어 능력 역시 뛰어나긴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뽄러가 더 잘한 것 같았는데……. 내가 생각하기로 이는 심사위원들의 판단이 더 크게 작용을 한 것 같았다. 심사위원은 모두 세 명이었는데 남자 한 명은 대사관 참사관이라 했고 여자 한 분은 호치민 한국교육원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코이카 직원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세 명의 심사위원들은 말하기 본연의 평가를 했다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내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듯했다. 그러니까 중급 최우수상을 받은 여자의 경우 한국 남자와 결혼을 했고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말했기 때문에, 그리고 고급 최우수상을 받은 영문과 학생의 경우 여러 언어를 두루 잘해서 한국과 캄보디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하기에서 내용 요소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말하기의 유창성이나 적절한 비언어적 요소의 사용 등도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심사를 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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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모두 마치고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한 후 CKCC에서 나왔다. 6시 반에 바탐방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출발하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조금은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온 것이다. 한데, 툭툭을 타고 가는 도중 몬타이가 행사 주최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지 다시 CKCC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참가상을 받은 마니와 몬타이도 상금 12만 리엘, 그러니까 30불을 받게 되어 있는데 그러려면 참가자가 직접 사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급히 툭툭 기사에게 말해서 다시 CKCC로 향했다. CKCC에서 떠나올 때 퇴근길이어서 그런지 길이 많이 막혔는데 돌아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았다. CKCC 입구에 내려 아이들을 사무실로 보내고 서 있으니까 민쩨이에서 온 김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자기들은 내일 민쩨이로 돌아가기로 하고 숙소로 가는 길이란다. 우리도 그렇게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버스표까지 예매를 해 둔 상태이고 이곳 프놈펜에서 특별히 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아 나도 CKCC 건물로 갔다. 잠시 사인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무슨 이유인지 그때까지도 사무실 안에 있었다. 내가 가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제서야 아이들이 급히 나를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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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으로 가는 길, 길은 여전히 혼잡했고 시간은 다섯 시를 넘기고 있었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버스 타는 곳까지 가기는 좀 빠듯한 시간, 도로 사정을 생각해서 조금 더 빨리 저녁 식사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식당에 도착하여 가장 빨리 되는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것을 주문하도록 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음식 나오는 시간을 생각하니 식사 시간이 채 30분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지도에서 보니 식당에서 버스 타는 곳까지 걸리는 시간이 16분 정도, 도로가 막히면 더 걸릴 수밖에 없을 테고 그러면 여섯 시에는 식당을 나와 툭툭을 타야 하니 말이다. 식사가 나온 뒤 나는 급하게 밥을 먹고 있는데 아이들은 조급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이야기할 것 다 하고 또 느릿느릿 밥을 먹고 있었다. 내가 여섯 시에는 무조건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급함은 나만의 몫인가? 인솔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그렇게 생각을 해도 이 아이들의 느긋함을 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 앞에서 짜증을 낼 수도 없고 나만 잠시 안절부절 못하면서 연신 휴대폰을 열고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그래도 여섯 시 정도에 모두 식사를 마쳤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와 툭툭을 부르니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툭툭이 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툭툭 기사는 우리가 CKCC에서 이곳 식당으로 올 때 우리를 태워준 기사였다. 아이들이 서명을 하기 위해 CKCC 사무실에 다시 돌아갔을 때도 우리를 기다려주었던 그 기사, 물론 돌아온 것과 기다린 시간을 생각해서 요금을 더 주긴 했지만 그래도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 것이다. 그래서 더 반가웠고 그 기사분 여기 그러했던 모양이다.

퇴근길 도로가 좀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출발 10분 전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시 30분, 차가 출발을 할 때 이미 해는 저물었고 프놈펜 거리는 불빛으로 가득했다. 지금 출발하면 11시 30분 정도에 바탐방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차가 휴게소가 아닌 곳에 자주 서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조금은 불안했다. 혹시 차가 고장난 것이 아닌가, 아니면 무슨 다른 문제가 있어 이 밤에 이렇게 자주 길가에 차를 세우는 것인가, 이러다가 바탐방까지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휴게소 한 곳만 들른 덕분인지 차는 11시 30분이 되기 전에 무사히 바탐방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뽄러는 먼저 툭툭을 타고 가고 나는 몬타이, 마니와 함께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서 있었다. 마니는 엄마가 언니와 함께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했고 몬타이 역시 엄마가 오토바이를 타고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했다. 그들만 두고 갈 수 없어 함께 기다린 것이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에 먼저 마니의 가족이 승용차를 타고 왔다. 마니 어머니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마니를 먼저 보냈다. 잠시 후에 나타난 몬타이 어머니와 함께 몬타이도 보낸 뒤 늦은 밤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시간이 열두 시 정도, 1박2일,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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