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에 담지 못한 이야기 마지막

바탐방 엑프놈 소풍

by 지천

오후 세 시, 조금 일찍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4학년 교실을 보니 소포앗과 스레이디가 교실에 있다. 웬일인지 물어보니 오늘 엑 프놈에 가려고 학교에 왔단다. 밑으로 내려오니 주차장 쪽에서 뗍뽀레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내게로 왔다. 뽀레이가 주는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 뒤에 탄 뒤에 우리 집에 좀 들렀다 가자고 했다. 가방을 집에 두고 가는 것이 편할 것 같아서였다. 집에 도착하여 가방을 두고 내려와 뽀레이에게 20,000리엘을 주었다. 명목은 얼마 전에 받은 김치값과 오늘 차비. 차를 타고 가면서 차비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조금 있다가 대답을 한다. 차를 탈 때 내는 돈요. 그래, 버스를 타면 버스비, 택시를 타면 택시비, 기차를 타면 기차비라고 하지.

바탐방 시내를 가로질러 교외로 빠져나와 엑프놈에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안 왔다. 코코넛 두 통을 시켜서 마시고 있는데 소포앗과 스레이디, 파뷔가 먼저 도착을 하고 이어서 릴리가, 마지막으로 피싸이가 도착했다. 무엇을 마시겠냐고 하니 모두 코코넛을 마시겠다고 한다.

“코코넛은 몸에 좋은 과일로 알려져 있어요.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물은 석회가 많이 들어 있어 몸에 안 좋다는데 코코넛을 많이 마시면 석회가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니 많이 마셔요.”

“저는 매일 한 통씩 마셔요.”

“파뷔, 그러면 코코넛 한 통에 얼마예요?”

“여기서 파는 것은 얼마인지 잘 몰라요.”

파비는 한국어를 제법 잘한다. 그리고 글도 참 잘 쓴다.

“우리가 모두 몇 통을 마셨어요?”

“칠 통입니다.” 누군가가 대답했다.

“칠 통이 아니라 이럴 때는 일곱 통이라고 해야 맞아요.”

모두들 고개 끄덕끄덕.

“스레이디, 한 통에 3,000리엘이라면 일곱 통 모두 합해서 얼마예요?”

“21,000리엘입니다.”

한 통에 4,000리엘이라면, 한 통에 5,000리엘이라면? 계속해서 몇 사람에게 물어보고 답을 들은 뒤 말했다.

“숫자, 특히 물건의 값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선생님도 여기 처음 왔을 때 숫자와 가격에 대한 것을 더 열심히 외웠어요. 여러분이 혹시 한국에 가더라도 먼저 이런 것을 알아야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덜 할 거예요.”

다시 끄덕끄덕.

모두 일어나 엑 프놈으로 갔다. 캄보디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너진 절이다. 군데군데 무너진 돌덩이가 있고 사원은 삐죽 솟은 하나만 남아 있다. 그 옆으로 새로 지은 건물처럼 보이는 사원이 있고 또 그 옆에는 거대한 불상이 노천에 만들어져 있다. 비록 다 무너져가는 사원이지만 그래도 무너진 사원 안쪽에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곳이 하나 설치되어 있다. 피사이가 향을 꽂는다.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이번에 목원대교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해 서류를 냈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고 또 무너진 사원 주변을 다니다가 5시가 좀 지나서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엑 프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로변이기는 하지만 식당 주변 논에서는 벼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뽀레이에게 해가 뜨는 것과 해가 지는 것, 그리고 노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잠시 뒤, 노을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졌다. 한국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이 없냐고 뽀레이가 묻기에 한국은 산이 많아 이렇게 넓은 들판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노을은 잘 볼 수 없다, 다만 서쪽 바닷가 즉 서해안 쪽으로 가면 수평선 위로 붉게 물든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고 대답해 주었다. 피싸이와 마찬가지로 뽀레이도 목원대 교환학생 신청을 해 두어서 그런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 피싸이는 자비로 교환학생을 신청했고 뽀레이는 GKS 장학생으로 가고 싶어 한다. 뽀레이가 더 어려울 것이다. 아무래도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어려울 테니까 그렇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해산물까지 해서 제법 먹었는데 음식값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일곱 명이 맥주 몇 캔과 음료수 몇 캔까지 같이 먹었는데도 그렇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뽀레이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이 무척이나 시원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달려서 그렇고 또 환절기라 아침 저녁 공기가 선선해서 더 그렇다.

11월 바탐방석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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