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미래에 한국이 있다면
오후 두 시, 줌으로 회의를 했다. 코이카 캄보디아 사무소에서는 코디네이터가, 민쩨이대학교에서는 김선생님과 외국어학부 부학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우리 바탐방대학교에서는 나와 장선생님, 그리고 코워커 보파 선생님이 함께했다. 한국에서 온 연구자 다섯 명이 참가를 했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줌으로 하는 회의여서 그렇기도 하고 또 당시에 메모를 해 두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다.
회의의 주제는 개도국 산업인력 양성 프로그램 캄보디아 현지 조사였다. 이들은 오전에 CKCC에서 프놈펜 단원들과 회의를 했고 오후에는 지방에 있는 우리들과 회의를 한다고 했다. 회의의 중심 내용은 개도국에서 우수한 산업인력을 양성하여 한국과 캄보디아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캄보디아에 있는 대학 한국어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이 어느 정도이며, 또 그들이 졸업을 하고 난 뒤에 무엇을,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회의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 한국어능력시험 합격률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해했다.
바탐방대학교나 민쩨이대학교의 상황은 비슷했다. 학생 수는 우리 바탐방대학교가 약 20명 정도 더 많았지만 고민하는 지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대학 모두 프놈펜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 위치해 있고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모두 가난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한 현지어 교수 요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학과의 거의 모든 일을 봉사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학생들이 한국으로 가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지만 경제적 형편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같았다.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이곳의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역시 두 대학이 비슷했다.
내가 물어보았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더 나은 인재로 성장을 해서 자신의 조국인 캄보디아로 돌아와 한국과 관련된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도 전문가로서 더 좋은 일을 하는 것 두 가지 방향성 모두 갖고 있느냐고. 정확하게 봤다는 대답을 들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다른 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한국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현실, 그래서 졸업한 뒤에 한국으로 가는 학생 대부분 단순근로자 역할만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했고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울러 이민과 관련하여 EPS-TOPIK을 통과해서 한국으로 가는 근로자의 경우 가족결합권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일정 기간 일을 하고 난 뒤에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연구하고자 하는 것은 이민 정책에서도 유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잘 고안이 되고 실행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아이들, 지방에 있는 대학이어서 졸업을 하더라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마땅하다는 것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그러니까 자신의 전공을 잘 살려서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곳이 지방에는 많지 않다. 한국어 학원이나 세종학당 정도가 그나마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 가서 더 공부를 하고 석사 학위 정도 받으면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겠지만 가정 형편상 그렇게 할 수 있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졸업생 중 일부는 한국으로 일을 하러 가기도 하지만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역시 제한적이다. 또한 그들에 대한 대우도 EPS-TOPIK을 통과하고 일하러 온 캄보디아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양 국가 모두 손해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 알차게 진행되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