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육볶음은 실패하지 않는다.

꾸준함의 마법

by 기쁨과 감사

결혼을 하니 요리할 기회가 부쩍 늘었습니다. 아내도 저도 외식보다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별한 요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싱겁게 먹는 편이라 식당에 가면 항상 간이 짜거든요. 대학원 시절에 거의 매주마다 한 번씩 꾸준히 요리를 했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내 입맛에 맞춰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처음 요리를 할 때에는 ‘적당히’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레시피에는 재료를 준비하는 것도, 조리하는 시간도 ‘적당히’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재료는 없어도 되겠지, 이 정도 볶았으면 되겠지 했다가 실패한 요리가 한두 개가 아니었지요. 그러다 처음으로 먹을만하게 만든 것이 제육볶음입니다. 신기하게도 하나를 성공하니까 다른 요리의 레시피도 따라 할 수 있게 되더군요. 지금은 제육볶음 정도는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아도 거뜬한데, 저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추장과 간장, 마늘과 식초를 적당히 넣은 양념장에 돼지고기를 비벼줍니다.

2) 기름을 두른 팬에 양념한 돼지고기를 볶다가 고춧가루, 씻은 신김치, 양파, 피망 등 갖은 채소를 넣고 다시 적당히 볶아 줍니다.

3) 마지막으로 파를 넣고 참기름을 두른 후 깨를 뿌려서 맛있게 먹습니다.


이 레시피는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습니다. 돼지고기를 태우지 않는 한, 고추장과 김치가 기본적인 맛을 내주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저의 레시피에도 ‘적당히’라고 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답답해했으면서 ‘적당히’라고 쓴 이유가 뭘까요?


요리는 식재료를 섞거나 변형시켜서 맛을 내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변형의 방법은 가열이니까 결국은 불을 잘 다루는 사람이 요리를 잘하는 셈이죠. 최고의 요리사들은 재료의 선정, 보관, 손질은 물론이고 조리하는 시간과 온도까지 세밀하게 조절해서 요리를 예술의 경지로 만들어 냅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재료의 양과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불의 세기와 시간이 달라지니까 ‘5분간 볶는다’라고 하지 못하고 ‘적당히 볶는다’라고 쓸 수밖에요. 제 경험에 의하면 ‘적당히’는 글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요리를 하면서 재료의 상태나 색깔을 보고 직접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요리를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직접 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적당히’를 발견하게 되죠. 그러고 나면 넣는 재료가 다양해집니다. 제육볶음에 팽이버섯도 넣어보고 라면이나 떡도 넣어봅니다. 제육볶음이 지겨워지면 고추장 양념을 사용하는 떡볶이, 오징어볶음, 닭볶음탕을 해보다가 파스타, 피자에 도전하는 겁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점점 더 맛있는 식탁을 준비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주의할 점은 처음부터 너무 고난도의 요리를 선택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경험이 쌓이기 전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요리뿐만 아니라 모든 일들을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꾸준히 반복하는 것입니다. 재능이 있다면 속도가 빠를 수는 있겠죠. 그러나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꾸준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재능이 있는지도 모를 테고요. 잘 찾아보면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책 쓰기, 악기 연주, 요리, 운동, 독서 같은 흔한 것들입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일을 하나 찾아서 꾸준히 반복해 보면 어떨까요? 한 번 두 번 성공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소소한 행복이 조금씩 커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저에게 제육볶음이 그랬던 것처럼요. 일단 오늘 저녁에 제육볶음 한번 만들어보세요. 맛이 없으면 어떡하느냐고요? 괜찮습니다. 또 만들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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