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기술사

업무식 공부법

by 기쁨과 감사

저는 2012년 8월에 박사학위를 받고 2013년 3월에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무직 상태로 보낸 6개월은 상당히 초조하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2012년 겨울에 10번 정도 면접을 보러 다녔는데 합격한 곳은 단 1곳이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어렵게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직장 생활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지역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서울 발령을 기대했는데 남쪽 사천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나의 능력에 비해 맡겨진 업무는 하찮아 보였고 월급은 부족해 보였어요. 머릿속에 이직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었죠. 몇 번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1년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항공기의 품질보증을 담당하는 팀에서 근무하고 있었어요. 생각해보니까 쉽게 접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에서 항공기를 생산하거나 연구하는 곳은 한 손에 꼽힐 만큼 소수이니까요. 업무에 불만을 가지기보다는 열심히 경력을 쌓는 게 이직에도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고 업무 하는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그러자 실적이 따라오더군요. 논문도 몇 편 쓰고 특허도 몇 개 출원했습니다.

실적이 나오니까 이왕 일 하는 거, 항공기 전문가가 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공분야 전공이 아니라서 기초가 많이 부족했거든요. 대학원 공부를 또 하기는 어려우니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기술사를 취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업무분야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니까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사 공부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자격증답게 공부할 범위가 엄청나거든요. 게다가 모든 문제가 주관식인 필기시험을 거쳐 면접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빠르게 합격하기 위해 지식을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업무에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원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좋은 기본서를 추천받아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쭉 이해하면서 공부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전공책을 그렇게 공부해 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한번, 두 번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공부하다 보니 기초가 단단히 쌓이는 게 느껴졌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공부했던 개념과 장치들을 마주할 때면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중간에 현장업무를 하지 않는 정책 부서로 전보가 되면서 공부에 대한 동기가 약해지고, 합격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 순간도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첫 시험에서 불합격을 맛보고 두 번째 응시한 시험에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공부한 부분에서 30%, 업무 하던 분야에서 30% 정도가 출제된 겁니다. 기술사 시험은 평균 60점만 넘으면 합격이거든요. 평소에 최선을 다해서 업무 하던 덕에 넉넉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면접시험도 잘 통과해서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지요. 저에게는 자격증 이상의 가치를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저의 삶에 대한 태도가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마음 한켠에 놓여있던 낮은 학점에 대한 후회도 날려버릴 수 있었습니다.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세 번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입사 초기 회사에 대한 불평을 멈추고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한 순간, 이왕 하는 거 전문가가 돼보자는 생각, 부서를 옮겼지만 시작한 일의 매듭을 짓자는 마음으로 공부를 계속한 일. 모두 다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입사한 순간부터 시험에 합격하기까지는 8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기술사 자격증은 조금만 더 힘을 내서 꾸준히 했더니 얻게 된 결과인 거지요. 꾸준함은 언젠가는 뜻을 이뤄주는 힘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실패해도 좋으니 조금만 더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인생은 원래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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