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것들
저는 글씨를 굉장히 못쓰는 편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글씨 따라 쓰기를 할 때면 굉장히 답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자로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반면에 흘려서 쓰는 글씨는 멋있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필기를 할 때면 마구 흘려서 쓰곤 했지요. 시험기간에 흘려 쓴 글씨가 알아보기 힘들어서 고생하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글씨가 조금 나아졌습니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편지를 써야 했거든요. 내 편지를 상대방이 알아봐야 하잖아요? 당시에 글씨 연습을 상당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은 저보고 편지 쓰면 역효과가 난다며 쓰지 않기를 권하더군요. 컴퓨터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싶습니다.
노래도 자신이 없는 분야에요.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꾸준히 했고, 제법 오랫동안 찬양팀에서 기타를 쳤는데도 음정을 맞추는 것이 어렵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반음 정도 떨어진다는 걸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았어요. 인정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군요. 주변에서 종종 이야기해줬지만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 성가대는 어떻게 했느냐고요? 옆 친구 소리를 따라 불렀지요. 10년이 넘도록 음정 연습을 한 것이 아니라 옆사람 소리를 따라 하는 연습을 한 셈입니다. 그래서 독창은 하지 않습니다. 혼자 부르면 음 이탈이 잦거든요.
글씨나 노래는 잘하면 좋겠지만 못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면 상당히 곤란해 지지요. 저는 대학교 입학 당시에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위를 취득할 계획을 세웠어요. 문제는 2학년 때부터 성적이 엉망이 되었다는 겁니다. 공부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성적이 너무 나오지 않았어요. 재수강, 삼수강을 하며 학점을 매우고 겨우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기초가 부족하다 보니 학위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수업은 벅차고 연구는 힘들고 교수님은 무서웠어요. 가족과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무사히 학위를 마치지 못했을 겁니다. 평생 감사할 일이지요. 연애에도 영 소질이 없었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 상당히 많은 분들을 소개받았어요. 데이트 코스를 짜거나 만남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점점 능숙해져 갔는데 내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는 것은 늘 어려웠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고, 책을 보고, 만남을 연습하고 준비해도 늘 제자리걸음이었어요. 이런 나를 만나준 아내에게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반복해도 잘 되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소질이 없거나, 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라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에요. 내가 무엇을 꾸준히 하고 있고, 그 결과의 수준이 어떠하고, 더 잘하기 위한 방법에 뭐가 있는지, 다른 일을 시도할 필요는 없는지 계속 내 삶을 계속 살펴보는 거죠. 이 습관은 마치 적금과 같아서, 시간이 지난 후엔 보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저는 글씨는 못 쓰지만 글을 쓰고, 노래는 못하지만 작곡을 했고, 학생 때 공부는 잘 못했지만 직장에 와서 기술사를 취득했어요. 실패들이 쌓인 틈으로 고개를 내민 작은 성공들입니다. 실패를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한걸음 더 나아가는 발판을 삼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오늘도 실패한 나와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