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리즈 #1 일 욕심 많은 신입사원의 직장생활 첫 달 회고
매달 1개의 직장생활 회고 에세이를 쓰기로 결심했다. 매달 경험한 문제 해결의 과정, 그중 배운 점들 및 고민을 기록하고자 한다.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달이 다 되어가는 신입사원이다. 이제 큰 그림에서 회사 시스템이나 정책들, 팀원들의 업무분장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더 큰 역할을 맡고 싶다..!'
그간 여러 상황상 팀장님이나 다른 팀원들이 자리를 비운 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매뉴얼화된 데일리 업무들 외에는 맡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게 그 배경이다. 또 하나는 대기업 특성상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고 일의 전체적인 플로우를 다 알기 어렵다는 점도 그 답답함에 한몫했다.
그러니 내가 더 많은 역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최근의 팀 이슈 및 동료들의 워크플로우를 따라잡는 것이 도움이 될 터였다.
다들 바쁘고 팀장님과의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가 택한 문제의 첫 번째 해결방안은 '사내 메신저 분석하기'였다. 특히 팀 단체방에 올라오는 메시지들을 찬찬히 읽으면서 토픽별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업계의 용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으나, 곧 토픽을 어떤 렌즈로 정리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복잡하게 오가는 메신저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팔로우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템플릿을 만들어 이슈별로 내용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이슈 주제/제목
누가 이해관계자인가?
왜 발생했는가?
상사가 집중적으로 질문하거나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결했는가? (ex: system log, 본사와 조율, KR내 다른 팀과 조율, 단순 문의)
각 항목을 더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슈 주제/제목
누가 이해관계자인가?
-- 타 팀과의 소통이 업무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팀 특성상, 이슈 해결을 위해 어떤 부서가 연관되어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
왜 발생했는가?
-- 언제나 문제의 백그라운드가 중요하다.
상사가 집중적으로 질문하거나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 상사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향후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어떻게 해결했는가? (ex: system log, 본사와 조율, KR내 다른 팀과 조율, 단순 문의)
-- 문제 해결에 어떤 액션이 필요한지를 옵션화해서 파악하고자 함.
특히 '상사가 집중적으로 질문하거나 우려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봄으로써 상사의 관점을 알고자 했다. 나도 향후 상사에게 보고를 하게 될 때, 상사가 되묻게 하지 않고 한 번에 설득되는 보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템플릿으로 팀 내 이슈를 정리하다 보니, 점차 '다른 팀원들이 어떻게 해결하는가', 즉 문제 해결 과정으로 의문이 옮겨갔다.
무엇보다도 어려웠다. 팀 단체방에서는 주로 상사에게 보고나 질문을 위한 대화가 오갔기 때문에, 실제 실무자들 사이에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오가는지 알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때 도움이 됐던 것이 팀원들, 팀장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팀장님과의 1:1 미팅에서 내가 가진 고민을 털어놓았다. 더 많이 take care 하고 싶은데, 팀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접근하는지 그 중간 과정을 알기가 어렵다고 말하며 조언을 요청했다. 그러자 다른 그룹챗에 초대하는 도움을 주시는 등의 여러 조치를 취함으로써 팀 이슈를 팔로우업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또한 팀원들과는 내가 맡고 싶은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후 내가 바라던 업무들을 새로 더 인계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한 팀원은 톡방이나 jira 를 팔로우업할 때 어떤 부분에 집중하면 좋은지 유용한 팁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물론 아직 신입사원으로서 이러한 조치들(?) 이후에도 바로 복잡한 업무에 투입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불변의 진리와도 같은 교훈을 얻었다.
보통 나 같은 신입사원들은 선배 동료들이나 상사를 어려워한다. 특히 상사에게는 완성된 모습이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사의 역할 중 하나는 팀원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창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혼자 끙끙댈 때 본 멋진 영상이 있다. '나답게 일한다는 것' 저자 최명화 대표님의 인터뷰 영상인데,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상사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그 상사의 상사'이다. 상상사를 생각하며 일하자.
2. 상사는 모시는 대상이 아니라, 활용할 최고의 자원이다. 상사를 통해 더 성장할 생각을 해라.
3. 나의 약점에 집중하지 말고, 회사 사람 누구나 나를 떠올리는, 대체 불가능한 강점에 집중하자.
나에게는 직장생활의 진리처럼 다가온 조언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2번: 상사가 활용할 최고의 자원이라는 말 덕분에 내가 가진 고민을 이야기해야겠다는 결심에 확신을 가지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글 하단에 영상 링크를 남겨놓을 테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신입사원분들도 보는 걸 추천한다!)
정리하면 첫 한 달은 조직 전체와 팀의 이슈 및 정책에 얼라인하고, 시스템을 숙달했던 시간이었다. 확실히 큰 조직이다 보니 타 부서나 본사 사람들을 설득하고 얼라인먼트시키는 소프트스킬이 중요하다는 감이 온다. 그래서 '일이 돌아가는 모습'을 알기 위해 더욱 부지런히 내부 시스템을 디깅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밑바탕으로 다음 한 달 회고를 쓸 때쯤에는 주도적인 이슈 핸들링으로 팀에서 제대로 한몫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참고자료
https://youtu.be/NqXFSuEuRKI?si=rtCXRNP0hW6lD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