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B2B SaaS 옵스에게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예전에 ep9 을 구독하던 시절,
‘글로벌/큰 조직에서는 버튼 하나 바꾸기 위해 수십 명을 설득해야 한다 ‘
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수십 번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마음이다.
기업에서 뭐 하나를 바꾸는 게 이렇게까지 parellel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일정을 조율하고 갈등을 핸들한 끝에 가능한 결과인지 몰랐다. B2B SaaS 기업을 다니기 전까지는.
데이터셋에 아이템 십몇 개 세그먼트 바꾸는 작업이 어렵겠나요? 그걸 하기 위해 몇 개의 유관부서의 확인을 받고 그들이 작업하는 타임라인이 맞물리도록 조율하는 것, 그렇게 해서 고객사에게 이해 가능한 일정과 변경 내용을 설명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지요.
그게 바로 커뮤니케이션 역량.(프로젝트 매니지먼트는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거의 대부분 채용공고에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커뮤니케이션 역량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고객사를 face 하면서도 내부 어드민을 관리하는 역할이라면?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일, 커뮤니케이션이 전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현재 회사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많이 배웠고 커뮤니케이션 잘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많이 생각했다.
아직도 그 답을 찾아나가는 중이지만 그간 업무를 하며 몇 가지 관점이 생겨 기록해 보고자 한다.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각 담당자가 전체 End to End process 중에서 무슨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데이터팀은 내가 데이터를 뽑아 보는 플랫폼에는 나오지 않는 raw 데이터 파일을 갖고 작업을 하는데, 그렇다 보니 이슈 케이스가 어떻게 추출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게 중요했다. 따라서 재현 방법을 같이 정보 제공하였고, 문제가 되는 케이스만 테이블로 딱딱 편집해 첨부하여 그들의 업무 부담을 아주 조금이라도 줄여주었다.
처리가 애매하거나 복잡한 경우, 예를 들어 요청사항을 명확하게 메일로 보낼 수 없을 때는 먼저 자리에 가서 구두로 논의한 후 보내는 편이다. 상대방이 옆에서 중얼거리는 내용에서도 그들의 관점과 그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부서별로 필요한 정보를 잘 정리하여 제공하는 게 인터널 커뮤니케이션의 essence라면, 고객사 소통은 조금은 다른 결 같다. 정확성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보다 소통의 무게를 덜어내고 쉽게 읽히게 만들자는 것.
특히나 백엔드, surgery, backdata, backlog 같은 시스템/기술 용어가 아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compliance 때문에도 그렇다. 복잡한 프로세스와 이해관계를 줄이고 문장을 다듬어 고객사에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아직 경험을 통해 나만의 공식을 찾아 나가는 중이지만.. 만일 회신이 지연된다면 사전에 이유와 함께 안내하고, 이슈의 규모와 시급성에 따라 인터널 팀들의 타임라인을 chsae하며, 묻는 질문에 딱 맞는 답변을 한다는 3가지 기본 원칙을 생각하며 일하려 한다.
서비스에 에러나 오류가 있는 경우도 있다. 가장 난감하다. 이런 경우에 담당자 실수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예를 들어, 휴먼 에러여도 b2b 기업이라면 응당 해당 건이 ‘기존 기준에 따라 모호함이 있어’, ‘… 그동안 없던 케이스라 고려되지 못했다’라는 프레임에 납득 가능한 디테일을 붙이고 '하여 기준을 수정하여...' 'a-b-c 단계(케이스)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라고 재발방지책까지 살펴 내보낸다. 그를 위해 최대한 담당부서들과 이슈가 있었던 배경과 프로세스상의 블로킹과 챌린지 등등을 구두로 디테일하게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RCA(root cause analysis)를 해보면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마찬가지로 테크니컬 오류라면 더더욱 플랫폼과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나의 판단과 관점에 따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퀄리티가, 상황이 다르게 포장되고 고객사에게 그대로 전달되므로 때로는 역할이 게이트 키퍼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회사에서 오퍼레이션으로서 하고 있는 이런 커뮤니케이션 업무는 무형의 일을 다루고 보통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로, 세일즈나 그로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이 아니라 분명 한계도 있다. 공통적으로 외국계 옵스 포지션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서 타임라인이나 문제 해결 방법을 조율하고 설명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도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많지 않다 보니 조금이라도 오너십과 포텐셜 높은 프로젝트를 잘 챙기기 위해 스스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쓰다 보니 작년 가을 겨울쯤 올린 https://brunch.co.kr/@dragonattack/21 글과 결론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올해 B2B 기업으로 이직을 하며 업무 스코프를 외부로 확장했을 뿐 아니라 훨씬 강도 높은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단 0.1과 1 의 오차도 이슈로 번질 수 있는 환경에 있다 보니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는 듯하다.
다음 글에서는 프로젝트 관리에 도입한 방법들을 좀 더 다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