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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며 배운 것들

데이터 회사 직장인의 시장 트렌드 셀프 스터디 (1)

by 기획자 이에리

시장 트렌드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매력에 유통쪽으로 이직을 한 지 몇 개월이 지났다. 확실히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플랫폼 등 시장의 판매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건 흔치 않은 기회이다.


판매 데이터를 데일리 업무로 확인하고는 한다. 고객사의 문의를 핸들링하다 보니 데이터가 그들의 마케팅 전략과 판매 성과 분석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데이터 분석의 방법과 기술을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중 몇 가지에 대해 회고해 본다.




1️⃣ 아이템 레벨: 데이터의 첫 단면


처음에는 단순히 “어떤 SKU가 많이 팔렸는가”부터 시작했다. 단순한 매출 순위표였지만, 조금씩 분석 범위를 확장하면서 매출의 구조를 보기 시작했다. SKU별 평균 가격, 분기별 판매 추이, 그리고 단일 아이템의 성장률.


특히 “기획세트”나 “번들”처럼 이벤트성 SKU가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면서, 시장의 단기적인 ‘펄스’를 읽는 감각을 배웠다. 이러한 기획 상품에는 언제나 판매 전략이 함께 있음을 매출과 판매수량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올리브영 기획 세트 예시




2️⃣ 세그먼트 레벨: 구조를 보기 시작하다


스큐 레벨로 보다 보니 곧 아이템의 특성별로, 브랜드별로 묶어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따라서 그다음 단계는 세그먼트(e.g. 제품 타입)였다.


마스크팩, 앰플, 클렌저, 슬리핑 마스크처럼 기능이나 타입에 따라 카테고리를 나누고, 각 세그먼트가 시장 성장률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봤다. 특정 분기에는 슬리핑 마스크가, 다른 분기에는 세럼이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올해 굉장히 광고에 많이 보였던 필오프팩이나 자는 동안 탄력적으로 관리에 도움을 주는 슬리핑 마스크가 실제로 세그먼트 성장률도 높았던 점이 데이터로 확인되었다.

구글에 슬리핑마스크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제품 예시들


그 변화를 시각화하기 위해 일반적인 바 차트나 라인 차트 외에도 버블차트히트맵을 활용했다. 특히 버블 차트는 지난 분기 대비 성장률과 세그먼트의 마켓 내 집중도, 그리고 이번 분기의 매출 규모와 같이 3가지 factor를 동시에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를 통해 어떤 세그먼트가 고성장/저성장하는지, 그리고 마켓 자체가 특정 세그먼트의 성장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건 아닌지 판단할 수 있었다.


히트맵의 경우 어떤 세그먼트가 고성장 또는 역성장하는지를 대비되는 색깔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또는 2가지 팩터를 비교할 때, 예컨대 ASP와 프로모션이 얼마나 강한 상관관계에 있는지 확인하는 데도 유용했다.

버블 차트 예시
히트맵 예시


이밖에도 Stacked Area Chart 나 100% 기준 막대 그래프 등을 활용하여 마켓 내 밸류들의 비중(share)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트렌드를 말해준다는 걸 체감했다. 계절, 전반적인 제품 트렌드, 브랜드의 제품 전략이 한눈에 드러났다.


스택 차트 예시 - 전체 매출의 흐름과 동시에 각 value가 차지하는 비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 브랜드와 시장 레벨: 거시적 시야로 확장하다


세그먼트를 넘어서 브랜드 단위로 보니 각 브랜드의 성장 패턴이 완전히 달랐다. 어떤 브랜드는 단기 이벤트로 성장했지만, 다른 브랜드는 분기별로 꾸준히 매출을 유지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됐다.


단기 프로모션을 통한 성장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캠페인이 끝났어도 지속적인 매출 규모를 유지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로 보였다. 프로모션으로 호기심에 사본 제품의 제품력을 소비자는 냉철하게 판단한다. 진짜 체력은 그다음 분기 또는 프로모션 비수기에 드러나는 것이겠지.


브랜드 분기별 매출액 변화와 제품 포트폴리오(세그먼트), 제품별 ASP, 매출액 변화를 함께 보며 시장 내 진짜 체력을 비교했다. 이때 흥미로웠던 것은 파레토 분석이었다. 상위 20개 브랜드가 시장 전체 매출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분석했을 때 특정 카테고리는 꽤 높은 집중도를 볼 수 있었다. 굉장히 많은 신생 브랜드를 매장에 방문할 때마다 보았는데 매출액은 생각보다 상위 브랜드에 집중돼 있었다.


한편 아직 매출규모는 작지만 급성장이 도드라지는 브랜드도 있을 터였다. 전년 대비 올해 성장률, 그리고 규모가 작을수록 성장률 자체가 부풀려 왜곡돼 보일 수 있으므로 버블 차트에 매출액 규모를 넣고 X축, Y축, 버블의 사이즈로 비교해 보았다. 그 스몰 브랜드들의 성장을 견인했던 메인 SKU는 무엇이었는지를 한번 더 딥다이브했다. 한동안 해당 브랜드들의 성장이 얼마나 더 지속되는지, 성장의 배경은 단기간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때문인지 지켜보려 한다.

브랜드 레벨에서 매출액과 성장률 확인하기 위한 버블 차트 시




4️⃣ 숫자에서 마켓 인사이트로


데이터 분석은 결국 ‘패턴을 발견하는 일’이지만, 그 패턴의 맥락을 읽는 건 사람의 일이다. 단순히 매출이 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왜 늘었는가”, “그 성장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소비자는 어떤 변화를 보이는가”를 함께 보는 시각이 생겼다.

숫자에서 전략으로, 전략에서 시장으로 시야가 확장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물론 이러한 분석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세그먼트가 제대로 분류되었는지가 중요하다. 그를 위해 데이터 라벨링이 중요하다는 것도 실무를 해보니 느낄 수 있었는데, 아무리 브랜드 레벨로, 특정 키워드 포함 여부로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이 한번 더 리뷰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데이터 분석은 한 시점의 결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변화의 연쇄를 읽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

시장을 읽기 위해 한 계층씩 더 깊이 들어가는 과정이 참 재밌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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