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리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고, 경험도 많지 않고, 그렇다고 사업적인 역량도 출중하지 않은 내가 리더십은 이렇고 저렇다.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의 어려움들을 헤쳐나가면서 여전히 난 살아있고, 내가 생존해오면서 분명히 느낀 것 그리고 내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써나 가려한다. (물론, 아직 리더라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초짜에 불과하여 잘못 알고 있는 것들도 분명 많을 것이니, 혹여나 글을 읽으시며 불편함을 느끼신다면 이 부분을 감안해주시길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 군대로 비유하면 이제 보충대에서 짐 풀고 쉬는 수준.)
특히 평소에 알고 지내던 친구 또는 지인들과 창업을 했다면. 거기다가 사업 경험이 전무한 엔지니어 출신이라면 조금 더 나의 이야기가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리더는 매 순간 모두에게 검증받는다.
나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창업을 했다. 리더가 되는 시작은 내가 먼저 리스크와 함께 총대를 메고 나설 때다.
상황이 좋을 때는 의기투합한다. 그렇기에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믿어주고 따라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단단한 판단 착오였다. 그 당시는 겉만 리더였던 것이다. 내가 리더라고 하니까 리더였을 뿐. 그래 나는 잘 못하겠고 그래도 뭔가 하려면 리더가 필요한 건 사실이니까 그래 너가 해. 이런 느낌.
상황이 좋을 때는 모두가 긍정에 가득 차 있으며 싸울 일도 없다. 문제는 상황이 조금씩 어렵고 힘들어질 때 생긴다. 그때마다, 나와 팀원들 모두에게 여유가 없어졌다.
누군가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 관리는 필요 없다고 한다. 자기가 자신을 관리한다고 한다. 난 대한민국에서 그 말에 책임지고, 힘이 실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라 추측한다.
그 말을 하는 대부분은 경험이 많지 않은 주니어 거나 진보적인 성향을 띈 프로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얼마 살지 않은 경험으로는 절반이 넘게 주니어였다.
관리의 필요성 여부는 개개인의 실무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관리의 방식이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관리'라는 단어 자체를 시대에 맞게 다르게 바꾸던가.
아무리 개개인이 날아다니고 잘나 봤자,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중요한 건 팀워크다.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팀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회사에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을 좋게 말하자면 수평적인 조직문화인 것이고, 냉정하게 따지자면 곧 대안 없이 무너질 위기 속에서 목표 달성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기 위한 체계가 없는 것이 아닐까.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갔는데 체계 없이 각자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답답하네요. 대체 왜 날 왜 못 믿는 건가요?
나 잘한다고요. 내가 알아서 적들을 섬멸하고 올게요.
하고 갑자기 적진으로 뛰어나가는 본새다. 뛰어나가는 사람이 죽는 건 둘째 치고, 문제는 팀 전체가 죽을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이유를 하나로 단정 짓기에는 복잡한 상황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리더십의 부족, 즉 리더는 매 순간 검증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먼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검증이 시작되었다.
특히 가까운 자를 조심해. 의심은 거기 있어.
-필라멘트 of 넉살
이러한 상황이 평소 친분이 깊고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고 그리고 같은 팀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오히려 가까울수록 의심은 증폭된다. 그 이유는 나와 나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연히 내가 사업을 하는 걸 본 적도 없고, 심지어 직장에서 실무자로 일하는 것도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없다. 막말로 대표라고 해주니까 진짜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이런 느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했는가? 나에게 결국 답은 성과였다. 대표의 성과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예술적이고 훌륭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니면 구성원들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일 수도.
하지만 매슬로의 욕구 5단계처럼 모든지 단계가 있다. 1단계로 미비한 시작을 한만큼 갑자기 5단계로는 갈 수 없는 노릇이다.
성과는 결국 돈이었다. 그것이 투자든 매출이든 말이다. 돈이 있으면 좋은 사무실을 얻을 수 있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돈이 있으면 채용을 더 진행할 수 있다. 돈이 있으면 급여에 대한 걱정도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시작한 모두가 그렇듯 꿈은 창대하기에 끝은 없다. 1을 얻으면 2를 원한다. 또 다른 문제들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또 나는 쉴 틈 없이 움직여야만 하고 그러면서 회사는 더 성장해야만 한다.
회사가 커지는 것도 처음이니 회사가 커지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처음이다. 그리고 또 다른 검증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러한 반복은 끝이 없을 것만 같다.
때로는 가혹하고 야속하다 느껴지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애초의 대표와 대표가 아닌 사람이 같게 생각할 수는 없다. 같게 생각했다면 굳이 내가 대표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서라.
이 말을 그냥 말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회사일 수록 리더라면 강력한 책임감을 갖고 회사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실천하고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거기에 더하여 구성원들은 리더를 세웠으면 리더의 최종 결정을 따르고 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재를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충분한 합의의 시간을 가진 후에 내려진 최종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팀을 위해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팔로십도 중요하다.
대안을 가져와 이끌던지, 조언을 하며 따르던지, 그것도 아니면 비켜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