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만드는 K-콘텐츠 생태계와 지속가능성산업 (2)
웹툰은 이미 한국 콘텐츠산업의 스토리 저수지이자 글로벌 IP 자산으로 성장했지만, 장기적으로 몇 가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첫째, 창작자 간 소득 격차와 불균형 문제다. 일부 톱 작가는 억대 수입을 올리지만, 다수의 신인·중견 작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지 못해 생활 기반 자체가 불안정하다.
둘째, 저작권 침해와 불법 복제 문제는 시장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2022년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 불법 웹툰 사이트의 침해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합법적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는 수준으로, 이는 단순히 개별 창작자의 피해를 넘어 산업 전반의 신뢰도와 수익 구조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셋째, 플랫폼 독과점과 불공정 계약의 문제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대기업이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익 배분과 계약 조건이 창작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크다. 넷째, 해외 진출 시 언어·법제·유통 인프라의 장벽이 여전히 높아 글로벌 확장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웹툰 산업은 화려한 성과 뒤편에서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성장은 쉽게 정체될 수 있다.
웹툰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작자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활동 웹툰 작가는 약 6,000명에 달하지만, 상위 10% 작가가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산업이 소수 스타 작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창작자 지원 정책은 다양성과 창작의 저변 확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첫째, 국공립 창작 스튜디오 설립과 클라우드 기반 제작 툴 보급으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둘째, 신인 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특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다국어·글로벌 시장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의료·연금·보험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여 창작자의 직업적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조사에 따르면 창작자의 40% 이상이 사회보장이 미흡하다고 응답한 바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재 유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웹툰의 글로벌 유통 확대는 곧 저작권 침해 위험의 국제화를 의미한다. 일본 만화 산업이 불법 스캔본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것처럼, 한국 웹툰도 해외 불법 사이트의 확산이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 가지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첫째, 국제 저작권 협약 참여 확대다. 한·일·미 FTA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협약을 적극 활용해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블록체인 기반 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저작권 등록과 이용 추적을 자동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플랫폼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불법 유통 모니터링과 신속 삭제 의무를 법제화하여 플랫폼 스스로 자율적 감시와 대응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실제로 2023년 한국 정부는 웹툰을 포함한 K-콘텐츠 저작권 침해 단속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경찰청 합동 TF를 운영하여 해외 불법 웹툰 사이트 20여 곳을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여전히 기술적 대응과 법적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빠르게 진화하는 불법 복제 방식에 대응하기 어렵다.
웹툰은 한국 내수 시장을 넘어 북미·일본·동남아·유럽까지 확장되었다. 하지만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법제의 불일치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번역·현지화, 해외 플랫폼 제휴, 금융 지원이 삼박자로 맞물려야 한다.
• 번역·현지화 지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웹툰 번역 지원 사업을 통해 영어·일본어·스페인어 등 다국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 해외 플랫폼 제휴: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지 OTT·출판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제작·투자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 수출 금융 지원: 콘텐츠 수출 보증과 투자 펀드 조성을 통해 중소 창작사와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플랫폼 집중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 시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은 단기적으로 효율을 보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독과점 구조는 창작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독자에게는 작품 다양성의 위축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협력이 필요하다. 중소 플랫폼에 대한 기술·마케팅 보조금 지원, 특화 장르 육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표준계약서 의무화와 분쟁 조정 기구 운영을 통해 공정 계약 제도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게임사·영상사·출판사 등과의 수평적 협력을 통해 IP 파생산업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만화 진흥 정책’을 통해 소규모 출판사와 신진 작가를 지원하고, 미국은 독립 코믹스 플랫폼에 대한 투자 펀드를 운영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역시 대기업 중심 플랫폼과 중소 창작자·플랫폼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웹툰은 더 이상 한국만의 대중문화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웹툰은 이미 플랫폼 시대가 낳은 대표적 문화산업 모델로서, 스토리 자원을 원천으로 삼아 글로벌 IP로 확장되는 성장 엔진이자 산업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웹툰 산업의 발전 궤적은 ‘망가노믹스’를 넘어선 웹투노믹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일본 만화가 내수 중심의 종이 잡지 기반 산업이었다면, 한국 웹툰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양면시장 구조를 구현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효과와 교차보조 전략을 결합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갔다.
무엇보다 웹툰은 스토리의 저수지로서 한국 콘텐츠산업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 드라마·영화·게임 등 수많은 성공 사례들이 웹툰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웹툰이 단순한 한 장르를 넘어 콘텐츠 생태계 전체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자원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IP는 장기간의 연재, 팬덤 형성, 멀티포맷 전환을 통해 자산화되고, 나아가 금융시장에서도 평가받는 글로벌 투자 대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성장 메커니즘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웹툰 플랫폼은 이륙–티핑–성숙이라는 단계적 궤적을 따라 성장했으며,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승자독식 구조를 형성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례는 이러한 플랫폼 이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와 글로벌 스튜디오 설립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세계로 확장했고, 카카오는 북미 플랫폼 인수를 통해 멀티포맷 IP 전략을 강화했다.
두 기업 모두 무료 모델과 광고, 유료 결제, 파생 IP 확장이라는 교차보조 전략을 통해 성장을 수익으로 전환시켰다. 나아가 글로벌 OTT와의 협업 확대는 웹툰 플랫폼이 단순한 유통 공간을 넘어, 글로벌 IP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뒤에는 구조적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창작자 간 소득 격차, 불법 복제, 플랫폼 독과점, 글로벌 유통의 장벽 등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창작자 지원과 권익 보호, 저작권 강화, 글로벌 유통 지원, 산업 협력과 공정 경쟁 체계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웹툰이 진정한 의미의 국가 성장 동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산업적 혁신과 정책적 뒷받침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앞으로 웹툰 산업의 미래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망할 수 있다. 첫째, 플랫폼 경쟁의 글로벌 심화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북미와 일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현지 OTT와의 협업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둘째, AI·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도입이 제작·유통·저작권 관리 전반을 혁신할 것이다. AI 자동 채색, 추천 알고리즘, 블록체인 기반 저작권 관리 시스템은 웹툰 산업을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이끌 것이다.
셋째, 정책과 제도의 정비가 산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것이다. 창작자 복지, 공정 계약, 중소 플랫폼 지원 등은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고 다층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이다.
결국, 플랫폼 시대의 웹툰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현재를 움직이는 동시에, 미래를 열어가는 지속가능한 성장 엔진이다. 스토리의 저수지로서의 기능, 글로벌 플랫폼 전략, 정책적 지원이 서로 맞물려 작동할 때, 웹툰은 단순한 디지털 만화를 넘어 21세기 문화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