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힘들어서 안될 것 같습니다.
내가 퇴사하고 지나온 날이다. 나는 이 회사를 2023년 7월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동안 계약직과 지방살이를 해온 나로써는 꿈의 직장이었다. 전공을 살려 일해 온 내가 드디어 인정받고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들떴다. 그래서 주어진 업무에도 부족함없이 나름 열심히 진행했다. 사람들도 좋고 상사들도 잘 대해줬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배울 게 많아보였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지만 너무 열정적이었던 걸까? 아님 내가 이제 소원해진건가? 모든 일이 하기 싫고, 일어나는 것도 싫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싫고, 출퇴근도 싫어졌다. 나도 이런 적음 처음이라 어떻게든 버텨보았다. '그냥 지나가는 문제일 뿐이라고', '요즘 일이 많아서 그런거라고' 그러면서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 그동안 그렇게 버텨왔었고 그게 나름 내 몸에 맞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내 몸은 더 이상 괜찮지 않다고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동안 그렇게 쌓여왔던 것이다.
퇴사하기 전, 심리상담을 전공했던 전 직장동료의 도움을 받아 보기도 했다. 결국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죽을 것만 같아 2024년 4월에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마음에는 불편함과 미안함이 몰려왔다. 가족들는 드디어 내가 잘 되려나보다 하면서 좋아했었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함이 더 컸다. 당시에 나는 대학원과 회사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다. 회사 업무하랴 대학원 논문 쓰랴 정신 없이 흘러간 하루하루에 나는 모든 게 부담이었고 짐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모든 걸 정리하고 하나의 일만을 처리하기로 했다.
2025년 9월 25일 기준. 내가 퇴사하고 지나 온 시간이다. 참 많이도 흘렀다. 그러면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그 때 그자리로 멈춰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50곳이 넘는 곳에 자기소개서도 써보고, 3번의 인적성검사와 2번의 면접도 봤다. 하지만 결과는 보잘 것 없이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그러는 사이 내 자신이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슬픈 감정을 추스를 새도 없이 다시 채용공고를 보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0.00001%의 희망을 안고 다시 준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라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부단히도 애썼다. 애써 흐르는 슬픔을, 미안함을, 안쓰러움을 참고 참아 다시 준비했지만. '뭐가 문제인 걸까?', '내가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
내가 나에게 고생했다 애썼다 할 새는 없다. 감정을 다시 숨킨다. 그리고 다시 취업준비 전선에 뛰어든다. 될지 안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