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마루를 보고 걷다가
불쑥
우울할 때
나는 무엇인가
어디에 서 있는가
어디로 가야 하나
아득했지
숱한 공간과 얼굴 속에
내가 머물 곳이 없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지
막막했지
고깔 모를 쓰고
정처 없이 하루 종일 걸어도
모두가 낯설어 보일 때
나는 누구였는지
나로 살고 있는지
나답게 살 수 있을지
외로웠지
아는 자만 태우고
멈추지 않고 달리는 컨티뉴엄 열차를
바라볼 때
죽어라 달려왔는데
죽어라 달리고 있는데
끝내 따라갈 수 없어서
두려웠지
산마루에 올라 보면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존재는 없지 않는가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
또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