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자기가 머물고 간 자리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
순찰을 마치고 휴식차 차 한 잔을 마시려고 휴게실 문을 열었다.
먼저와 있던 동료들이 원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가슴을 당겨 수군거리다가 일순간 고개를 치켜들고 나를 보더니 "어흠" 하고 헛기침을 뱉어낸 뒤 제각기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의 모의는 한순간 끊어졌다. 그들 외에는 들어와서는 안되거나, 차마 들켜서는 곤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무슨 비밀스러운 이야기이기에 저럴까?'
'내가 들으면 안 되는 건가? 그렇다면 나와 관련된 일인가?'
잠깐 동안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었다. 조금 서운하고 불쾌했지만 개의치 않기로 하고, 더운물에 현미녹차 한 봉지를 넣고 컵 속의 물이 서서히 갈색으로 변하길 기다리며 구수한 녹차 향을 맡았다.
'내가 있으면 그들에게 방해가 되겠구나...'
나는 종이컵을 들고 휴게실을 나왔다.
말은 마음에서 돋아나 얼굴에 피어나고 음성으로 산화되어 나에게로, 또는 너에게로 간다.
그래서 마음이 진실하지 않으면 표정은 흔들리고 음성은 표리부동해짐을 느끼게 된다. 결국 말은 마음이 지은 표정을 입고, 음성으로 온전히 전해지는 것이다.
다 같은 동료들인데, 누구는 들어도 되고 누구는 들으면 곤란한 말이라면, 그것을 온전히 진실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그 자리가 그들 중 누군가가 이전의 무리에서 들었던 말을 꺼내 논하는 자리였다면 어떨까.
그는 이전 자리에서 무리와 다른 생각을 피력하지 못했거나, 혹은 피력했으되 바랐던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다른 무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얹어 그들의 생각을 억압했고, 그러기 위해 이전 무리의 다른 생각을 비난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도 억압받거나,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피력하지 못한 또 다른 누군가 - 이전의 무리 속에서의 나와 같은 - 가 생겨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가 다른 무리에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비난한다면...
30분의 휴식 시간이 지났다.
나는 다시 순찰을 준비한다.
순찰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행위가 있다.
기립형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본다.
머릿결은 고른지, 표정은 밝은지, 옷매무새는 단정한지, "아, 아" 음성은 쾌청한지.
'새해는 나부터, 머물렀던 지난 자리를 비난하지 말자.'
속으로 다짐하며 찡긋 거울 속의 나에게 웃어 보이고 사무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