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지속가능한 로켓

하늘에서 로켓이 내려온다

by 김준용

로켓이 내려온다. 우주로 갔던 로켓이 발사대를 향해 다시 내려오고 있었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 항공 스타트업 스페이스 X에서 개발한 로켓이었다.


우진은 수제버거와 함께 나온 프렌치프라이를 손으로 집어 먹으며 유튜브로 생중계되고 있는 로켓의 귀환을 확인하고 있었다. SF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도 같았다.


일반적으로 로켓은 추진체를 모두 사용한 뒤 떼어내며 우주로 날아간다. 우진은 로켓이 보통은 다시 돌아올 것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다는 앵커의 말에 수긍했다. 로켓은 오로지 우주를 향할 때만 모든 동력을 사용한다.


그런데 로켓이 내려오고 있다. 땅을 향해 불길을 뿜으며 천천히 조금씩 부양하듯 내려왔다. 발사대에는 젓가락처럼 생긴 구조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로켓이 발사대로 가까이 다가가면 마치 젓가락으로 만두를 집듯 로켓을 구조물 사이에 걸쳐놓으면서 로켓을 ‘회수’한다. 로켓을 회수한다니. 우진은 그 어떤 말보다 로켓이라는 물체의 속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로켓은 무사히 회수됐다. 우주여행을 현실적인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선언은 미치광이 과학자의 과한 허풍이 아니었다. 영상의 댓글에는 인류가 한 단계 진보하는 순간이라고도 했다.


몇 번이고 다시 쏠 수 있는 로켓. 분명 비행기처럼 타고 내리는 우주여행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였지만, 우진은 왠지 로켓에 감정을 이입하게 됐다. 고단하지 않을까. 그만 죽여줘...라고 소리치진 않을까.


지속가능한 로켓이라니. 우진은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멈칫하게 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것을 '로켓에 올라탄다'라고 표현한다. 본 적 없는 빠른 속도로 수직 상승하며 달까지 가겠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가진 조직.


성공한 로켓은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로 날아올라 궤도에 오른 뒤 반짝이는 별이 된다. 반면 실패한 로켓은 솟아오를 때의 경이로운 광경과 사람들의 환호에 비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어디로 떨어졌는지 어떻게 박살 났는지조차 알려지지 않는다.


앞으로 이 로켓도 지속가능한 시대가 올까? 우진은 공유오피스 라운지의 행잉체어에 앉아있었다. 해먹처럼 라탄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행잉체어는 양옆과 뒤가 막혀있고 공중에 떠서 흔들거리기 때문에 명상을 하거나 깊은 생각을 하기에 좋았다.


19층의 탁 트인 창으로 서울역의 구 역사와 신 역사가 동시에 내려다보였다. 겉으로 봤을 때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건물처럼 보였다. 그 둘이 모두 기차역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우진은 문득 지난 미팅에서의 충돌이 떠올랐다. 같은 목표를 가진 조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고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게 로켓일까? 이 진동이 정말 우리를 우주까지 데려다줄까? 우진은 크게 한숨을 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에서는 계속 지난 미팅이 플레이되고 있었다.


가장 날카로운 건 언제나 말이었다. 오랫동안 마음먹고 벼려진 말들은 쉽게 살갗을 파고들었다. 우진은 그 말들 사이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분명 본인을 향해 쏟아붓는 말이 아닌데도 괜히 속이 쓰린 기분이었다.


먼저 미세하게 날을 세운 건 CPO인 주형이었다.

“솔직히 그로쓰팀에서 진행하는 퍼포먼스 캠페인, 더 이상 의미가 없어요. 이제는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고객 반응도 없고, 비용 효율은 계속 떨어지는 것 같고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야 할 때인데 돈만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에요.”


주형은 최근 영입된 C레벨 임원이었다. 직전에는 유니콘 스타트업에 있었고, 그전에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 IT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입사하자마자 공격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 나갔다. 특히 서비스의 성장을 책임지는 그로쓰팀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기회가 될 때마다 프로덕트 조직으로 역할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쓰팀은 마케팅팀과 프로덕트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대표이사 직속 부서였다. 주형은 실리콘벨리의 사례를 들며 프로덕트 오너들이 서비스 성장에 필요한 기능들을 기획하고 개발해 나가는 게 맞다고 주장하면서, 그로쓰팀은 코파운더에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자리를 챙겨주는 그림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었다.


“그건 프로덕트팀에서 관여할 내용이 아닌 것 같은데요? 명확하게 수치가 트래킹 되는 영역 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게 저희 기조예요. 이건 대표님과도 얼라인된 내용이고요.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고 그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는 거예요. 처음 서비스 키울 때부터 그랬고요. 주형님이 말씀하시는 건 오래된 대기업 스타일 아닌가요?” 그로쓰팀장 기찬이 맞받아쳤다.


기찬은 위어스의 코파운더 7인 중 한 명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창업에 뛰어들어 직장을 다닌 경력이 없는 스물일곱이었지만, 15년부터 20년 차까지 훨씬 경력이 많은 경력직 C레벨 임원들과 기에서 전혀 눌리지 않았다.


주형이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물론 돈 없이 소꿉놀이처럼 창업하던 시절에는 그럴 수 있지만, 지금은 매달 몇억 씩 돈을 태우고 있어요. 저희 지금 대학생 창업 경진대회 나가는 거 아니잖아요.”


기찬은 기는 눌리지 않았지만, 27살 답게 버튼은 잘 눌렸다.

“하, 씨(발). 뭐라고요?”

기찬은 욕을 정확히 소리 내지 않았고 데크레센도로 점점 여리게 소리 내서 두 번째 글자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나 그 입모양을 통해 묵음처리된 글자의 미세하게 남은 소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고, 상대를 심기를 잡고 흔들기엔 충분했다.


이제 둘은 이성의 끈을 놓고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해 가드를 완전히 내렸다. 난타전이었다. 30분이었던 회의는 벌써 50분을 넘기고 있었다. 난타전이 길어지자 결국 둘은 인격과 지성을 전부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상태가 됐다.


주형은 은근히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는 네가 뭘 알겠냐는 뉘앙스를 유지하다가 결국 싸가지를 언급하기에 이르렀고, 기찬은 유명 댄스경연 프로그램에서의 대사를 인용해 "혹시 27살 때 뭐 하셨어요?"를 시전 했다.


회의실의 다음 슬롯을 예약한 팀은 잠시 머뭇하며 서성거리더니 회의실의 멤버와 분위기를 보고는 체념한 듯 다른 빈 회의실을 찾아 나섰다.


우진은 회의실 한가운데서 말과 말의 난도질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평소였으면 중제에 나섰겠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단순한 의견 대립이 아니다. 서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들이었다.


우진은 자신이 이 둘의 난타전에 왜 심판도 관객도 아닌 애매한 역할로 초대되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우진이 나서서 미팅을 마무리지었다. 그는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초기멤버와 경력직 사이의 위치에 있는 직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