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이론

사라지는 것들에 의미

by Gnoy
밤 산책 중

한 달 동안 번 돈이

며칠 만에 사라졌다.


쥐고 있던 건 분명 나였는데,

손 안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긴 시간을 들여 찍은 인물 사진,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순간에 스쳐가는 사람들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았다.


남는 게 없다는 감정은

생각보다 자주, 깊고 무겁다.

증발처럼, 무언가가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때

나는 나의 감정에도 기체 상태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라질 것을 찍는다.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도

한순간은 존재했음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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