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 낯선 풍경 #31

바람이 흐르던 마을

by Gnoy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 암스테르담 2일 차


우체국, 그리고 떠나는 마음


아침 일찍 눈을 떴다.

풍자 마을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 한국으로 보내야 할 것이 있었다.

코펜하겐에서 산 마그네틱과 맥주를 마시며 받았던 코스트들이었다.

여행의 흔적이 남은 조각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도시의 숨은 우체국을 찾아 헤맨 끝에야 창구 앞에 섰다.

여행을 하며 무언가를 ‘보내는 일’은 참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우체국을 찾으며 지나갔던 공원 안 플라밍고(홍학)





풍차가 돌던 마을, Zaanse Schans


기차는 생각보다 금세 도착했다.

20분 남짓 — 도시의 풍경이 시골스럽게 바뀌는 시간이었다.

승객의 3분의 2가 한 방향으로 걸었다.

길을 몰라도, 사람들이 인솔해 주는 듯했다.

사람들을 따라 다리를 건너자, 오래된 풍차들이 보였다.


마을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던 중,

어떤 모녀가 “사진을 찍어 달라.”라고 손짓을 했다.

건네받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그녀들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낯선 얼굴이 담은 내 모습 —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풍차마을 잔세스한스의 풍경



쇠로 누른 동전, 기억의 납작한 무늬


뮤지엄은 입장료를 받았다.

대신, 밖에 있던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10센트를 넣으면, 동전 하나가 눌려 문양이 찍혔다.

어릴 적 철로 위에 동전을 올려두던 기억이 겹쳤다.

무언가를 눌러 새기는 일 —

시간을 단단히 눌러두는 일과 닮았다.


그 기념품을 주머니에 넣고, 나는 마을을 떠났다.


잘 눌려진 10센트
뮤지엄 주변 풍경


다시, 사람들 속으로


기차역 근처 식당에서 치킨 네 조각과 물 한 병을 주문했다.

방전된 휴대폰처럼 내 체력도 방전되었다.

충전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저녁엔 동행에서 약속한 일행들과 만나기로 했다.


암스테르담 센트럴,

동행 중 한 명을 먼저 만났다.

그리고 약속된 장소에서 남은 다섯 명 중 네 명이 모였다.

일단 맥주 한 잔으로 시작된 대화는 안주가 나오고 빈 잔이 늘어갔다.

이름이 흐릿하게 남는 사람들,

하지만 그날의 공기는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었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들으며 웃었다.


그날 밤,

도심 속 붉은 불빛과 떨의 향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암스테르담 맥주는 맛있었다.





여행 중 스쳐간 사람들의 얼굴이, 가끔 마음속에서 다시 떠오르지 않나요?

그 짧은 인연이 어쩌면, 우리 안의 바람을 만드는 지도 모릅니다.




지출 기록

• 아침: €3

• 우편 발송: €7

• 교통비(Zaanse Schans): €8 (시티은행 1.1)

• 뮤지엄 기념품: €1.05

• 점심: €8

• 맥주: €5 + €2.5 + €3.5 + €18 + €1




암스테르담 풍경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