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동을 걸고 약속장소로 출발을 하려는데 차 밑에서 야옹야옹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잔뜩 허리를 굽혀 살펴보니 어젯밤 늦게 시동이 꺼진 자동차 엔진의 온기를 붙들고 얼음 같은 밤을 견뎌낸 고양이 한 마리가 도망도 가지 않고 공처럼 동그랗게 앉아있었다.
맨입으로 내 보내기가 안쓰러워서 차에 싣고 다니던 사료 한주먹과 간식을 주니까 한참을 경계만 하다가 그래도 배고픔이 앞섰던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문 열어줬더니 안방 차지한다고 이 녀석 햇살이 머물러 따뜻하게 데워진 차 본넷트에 올라가 앉더니 아예 자리를 잡은듯하다.
야박하게 쫓아버릴 수가 없어서 나도 운전석에 앉아 얼마 동안은 기다려주고 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길래 차가 좀 밀려서 십 분쯤 늦을 것 같다는 문자를 보냈다. 덕분에 나도 의자를 뒤로 눕히고 햇살을 느껴보며 잠시 쉼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