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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Jun 23. 2018

#4 <뱀파이어 다이어리> TVD

아아♡'-'♡ 데이먼, 데이먼, 데이먼


  #4 <뱀파이어 다이어리> the Vampire Diaries

    아아♡'-'♡ 데이먼, 데이먼, 데이먼



드라마 덕후들의 7할 이상은 드라마 속 인물들의 덕후일 거라고 당돌하게 장담해보겠다. 설정, 스토리, 분위기, 음악, 중독성 등 드라마에 빠지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우릴 가장 쉽게 매혹시키는 건 아무래도 드라마 속 인물들이거나 그 인물들 간의 관계성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드라마는 사람에 대해 들여다보게 만드는 예술 장르이기 때문이다. 각 회당 20분 ~ 1시간 20분 정도의 시간 내내 화면 속 누군가의 대사를 듣고 표정을 확인하고 감정을 이입하다 보면 그 사람에게 정이 들어버리는 건 시간문제다. 인기가 많은 드라마에 매력적인 인물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캐릭터가 우리들 마음 깊게 자리 잡는 드라마들이 따로 있긴 하다. 그런 드라마들은 보통, 드라마가 방영 중일 때에도 수많은 팬덤을 이끌고 이곳저곳에서 언급되기 다반 수다. 그리고 극 중 인물들에게 푹 빠져버린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종영한 이후에도 그 여운에 젖어 있거나 그 캐릭터들에 대해 생각하고 걱정하고 그리워하며,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단 생각에 미어지는 마음으로 당분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십중팔구로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드라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드라마 <뱀파이어 다이어리> 시리즈다.





2009년에 시작해 2017년에 시즌8을 끝으로 막을 내린 드라마 <뱀파이어 다이어리>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뱀파이어와 같은 초자연적인 크리쳐들이 나오는 드라마다. 그리고 여기에 ‘다이어리’의 감성도 들어있다. 고등학생 엘레나가 다이어리를 쓰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하이틴물’스러운 면모와 각각의 하트시그널이 꼬이고 꼬이며 변하고 달라지는 미드 특유의 무아지경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엘레나와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가며 가정을 꾸리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십 걸>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배경이나 세계관, 컨셉이 다르지만 두 작품은 시청자들의 비슷한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드라마다. 이왕 <가십 걸> 이야기를 꺼냈으니 말인데, 척X블레어 커플을 팠던 내가 이 드라마에서 응원했던 커플이 당연히 델레나(데이먼X엘레나)였다는 것은 내 덕심 포인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tumblr_@pleasingpics/@painfulblisss


그러나, 내가 이 드라마 <뱀파이어 다이어리>를 본 이유는 델레나 커플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물론 이 커플을 아주아주 열심히 응원했던 것은 사실이다.) <가십 걸>에서는 척X블레어 커플의 서사에 빠졌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델레나 커플의 서사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대신 데이먼이 최고였다. 내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는 데이먼이었고, 그래서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관계성들을 모두 아꼈다. 데이먼과 엘레나, 데이먼과 알라릭, 데이먼과 보니, 데이먼과 스테판, 데이먼과 엔조. 이중 가장 좋아했던 조합은 데이먼X알라릭이었다. 최고의 버디... 역시 술친구가 베스트프렌드다. (데이먼X알라릭의 이야기는 뒤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아무튼 이렇게나 아꼈던 데이먼이다. 솔직히 말해서 난 중반부부터는 이 드라마를 오직 데이먼 때문에 봤는데, 나 같은 시청자들이 꽤나 많았다고 들었다. 엄청나게 뜻깊은 메시지가 들어있다거나 대단한 연결고리와 떡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특정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는 시청자라면 아마 이 드라마의 끝을 보기 위해 달려가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캐릭터에 빠지는 것은 정말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이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드라마를 볼 때 이  인물, 이 배우에게 빠질 줄 알고 시작하는 머글이 어디 있겠는가. 한 작품 속 누군가에게 흠뻑 빠지는 일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듯, 산의 나무가 자라났다가 죽기를 반복하듯,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진행되는 순리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로스트>의 ‘분’을 연기했던 배우라는 것에 깜짝 놀랐던 게 첫인상이었지만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데이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유독 미국 드라마를 볼 때 반하게 되는 특정 캐릭터들을 보면 난 소나무 취향을 갖고 있더랬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거칠어 오해하기 쉽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진짜 모습을 알게 되고 이전의 오해에 대해 마음 깊이 미안해하며 극이 끝날 때까지 복종할 것을 맹세하게 되는 그런 캐릭터들 말이다. 아참, 여기에 능글능글함은 아주 훌륭한  덤이다. 그렇다. 내가 열심히 포장하긴 했지만, 소위 ‘나쁜 남자’라고 불리는 인물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 맞다. 내가 그간 빠져있던 인물들이 <로스트>의 ‘소이어’, <가십 걸>의 ‘척’ 등이라는 걸 들으면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리라. 그러나 돌이켜 봤을 때, 이 미드들이 방영 중일 때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캐릭터들은 단연 위의 인물들이었다. 곧,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시청자분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 유형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보자면, 이들은 티 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명명해도 될 것도 같다.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보다 마음으로 보여주는 따뜻함이 작품 속에선 더 빛나는 법이다.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데이먼도 그런 류의 캐릭터였다. 이 드라마에서 처음에 내건 대표적 커플은 엘레나와 스테판이었다. 아, 물론 미국 드라마에서 처음에 맺어진 커플이 의미 없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어차피 뒤로 가면 전부 바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주요 인물로 거론될만한 캐릭터들은 선한 캐릭터여야 할 것이다. 뱀파이어 드라마니까,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지키려 하며 인간성을 중시하는 캐릭터가 선한 캐릭터다. 자신의 마을을 지키고 싶어 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편안과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엘레나는 단연 주인공이다. 착하고 어른스럽고 자기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어 하니 말이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우리의 주인공 엘레나를 사랑한다. 그런 엘레나를 사랑하는 스테판도 마찬가지로 선한 캐릭터다. 엘레나를 포함한 인간들을 절대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그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희생을 자처한다. 이 선한 캐릭터들을 서로 사랑에 빠지고 커플이 된다. 드라마 초반부, 이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스테판의 형, 데이먼이다. 위험해 보이며 충동적인 성향을 가진 데이먼. 자기밖에 모르고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뱀파이어는 인간의 포식자니까 말이다. 주인공들의 선행을 방해하고, 쉽게도 사건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인물이기 때문에 데이먼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인물들은 드물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데이먼의 사연이나, 숨겨놓은 따뜻한 마음, 또는 누구보다 일편단심으로 향하는 마음 등을 발견하게 된다.


데이먼이 의외로 누구보다 이타적이고 속 깊은 행동을 쉽게 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관객들은 쉽게 눈치채는 사실이지만 그와 함께 작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른 인물들에게는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걸 아는 건 데이먼의 거의 유일한 버디이자 진솔한 버디인 알라릭뿐이다. 초반부까지는 말이다. 그나마 엘레나가 이걸 느끼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는 우리 시청자들은 그제야 숨통이 트이게 되고, 더 나아가 데이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보니가 데이먼과 친구가 되면서부터는 만세를 부르고 싶어 진다. 로즈나 리즈, 이밖의 소소한 우정도 가뭄 속 단비처럼 소중하다. 그러나 그걸 보기까지 버텨야 하는 기간이 좀 기니, 정주행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좀 많이 참아야 한다. 초반부에 데이먼이 사랑하는 엘레나와 스테판이 그의 진심을 몰라줄 때라든지, 데이먼을 경멸하는 캐롤라인을 볼 때라든지 하는 순간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는 건 정말이지 엄청 힘든 일이다. 사람들이 오해할 때마다 분통 터뜨리게 됨. 그래서 이 작품을 보다 보면, 괜히 나쁜 심보를 갖게 되기도 한다. '그래, 데이먼 진가 모르는 너네들은 데이먼이랑 함께 할 자격이 없어!!! 데이먼, 이제 걔네들한테 마음 주고 정성 쏟다가 상처만 받지 말고 차라리 혼자 떠나버려라! 차라리 그게 마음 더 편할 것 같다!' 이렇게 말이다.




tumblr_@babyblueeyes1864


밖으로 능글능글 여유 부리며 나쁜 사람인 척하는 데이먼이기 때문에, 그가 진지해지는 순간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장면들이다. 진심을 내보이는 게 너무나 찰나라서 말이다. 가령 시즌1에서 예상 외로 엘레나에게 스윗하게 굴던 데이먼의 모습을 처음 목격하게 될 때라든지, 시즌2에서 데이먼이 행했던 악행들의 이유가 캐서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될 때, 죽음을 앞둔 로즈에게 지극정성을 다할 때, 혹은 생각보다 쉽게 상처받는 모습을 보이거나 쉽게 자신을 희생할 때가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고의 장면은 시즌4 2화 후반부 장면이 아닐까 한다. 알라릭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툴툴대던 데이먼은 늦은 밤, 알라릭의 무덤에 혼자 가서는 술을 마시며 누구보다도 깊게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함께 울었을 시청자들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유령이 된 알라릭은 데이먼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 옆을 지키더랬다. 데이먼이 숨겨놓는 마음과 진심을 매번 유일하게 알아주는 드링킹 버디, 알라릭이다. 쓸쓸하지만 장난스럽게 떠드는 데이먼에게는 들리지 않겠지만, 알라릭은 그를 향해 "I miss you, too. Buddy."라고 말한다.(ㅠㅠㅠㅠ) 영원하라, Dalaric!!


데이먼 말고도 드라마 <뱀파이어 다이어리>에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그들의 사연과 관계성도 알차게 담겨있다. 아름답고 강한 엘레나, 속 깊은 스테판, 능력있고 천사 같은 보니, 듬직하고 따뜻한 알라릭, 똑부러지는 캐롤라인, 캐롤라인에게 반한 클라우스, 성장하는 제레미, 생존력 최고 캐서린, 우직한 맷, 늑대 타일러, 안쓰러운 레베카 등 셀 수 없이 많은 인물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훌륭한 캐릭터 드라마이기 때문에, 드라마를 시청하며 각자의 최애캐릭터를 찾아 응원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타 드라마에 비해 주목할 만한 건, 이 인물들이 인간이었을 때와 뱀파이어 혹은 늑대인간을 비롯한 크리쳐가 되었을 때의 성격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인물을 파악하는 데에도 좀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개연성이든 특별한 메시지든 그런 것에 상관없이 드라마에 중독돼서 몇 주 보내고 싶다 하는 사람들은 바로 넷플릭스로 달려가 TVD를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조심스레 권해보고 싶다. 당분간 행복할테니. (단, 하이틴물과 로맨스물, 판타지물, 비주얼물에 우호적인 분들의 경우에 한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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