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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Jun 22. 2018

#11 <여중생A>


  #11 <여중생A>




세상에나, 영화 <여중생A>가 개봉했다!! <여중생A>는 개인적으로 정말 아끼는 웹툰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 작품이 영화로 어떻게 재탄생되었는지 굉장히 궁금했다. 웹툰으로 알게 된 캐릭터들이 실사로 구현되어 움직이는 걸 보면서 내 상상 속 이미지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나의 <여중생A>는 과연 어떤 영화가 되었을지 호기심 반 걱정 반을 끌어안고서 개봉일 전날, 시사회로 먼저 보게 되었다.


원작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던 힘은 바로 주인공인 미래에 대한 공감과 그녀를 향한 응원의 마음, 그리고 작품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 장점이 과연 원작과 다른 장르인 영화로도 잘 표현되었을까? 이에 솔직히 답하자면, 영화 <여중생A>는 원작 팬들 대부분을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울만한 작품이었다. 물론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이 영화를 충분히 즐겼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이 영화가 웹툰의 색깔과 작품성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원작에 전반적으로 깔린 감성 혹은 분위기와, 영화의 그것들은 확연히 다르니 말이다. 원작은 향수가 짙고, 섬세하고, 건드리면 부러질 것만 같은 연약하고 소중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투박한 그림체라든지 느린 호흡, 정성 어린 대사 하나하나의 매력이 영화적 연출로 다시 태어나 다른 모양으로 전달되리라 소망하며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아마 영화를 보고 실망했을 것이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소설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한 스토리텔링을 가진 감성적이고 특별하고 묘한 웹툰 <여중생A>는 애초에 성공적인 영화화가 쉽지 않다고 다수에게 판단되었더랬다.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가 웹툰의 성공적인 영화적 구현이라고 인정할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원작의 존재를 잠시 제쳐두고 이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요소들은 있었다. 일단, 어눌한 학생들의 말투. 이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실제인 듯 연기인 듯, 못하는 듯 현실적인 연기를 해낸 듯, 어눌하고 톤이 일정하지 않은 배우들의 말투를 좋아한다. 가령 <시선 1318>이라든지 <파수꾼>의 대사 처리를 좋아한다. 실제 현실에서 우린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정제된 목소리로 말하거나 절대 더듬거리지 않는다거나 예쁜 말들만을 내뱉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극명히 드러나는 표정을 짓지도 않고 말이다. 영화가 가장 예민하고 감성적이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되는 시기의 중학생들을 다뤘기 때문에, 영화 속 대사 처리와 분위기가 꽤 어울렸다.





또 마음에 들었던 건 카메라의 구도를 활용한 연출 방식이다. 많은 씬에서 카메라 구도가 남다르게 표현되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도서관 씬이 기억에 남는다. 인물들의 시선을 고려해 카메라가 움직이고, 이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 변화나 드러나지 않았던 심리 상태가 디테일하게 드러난다. 참신한 카메라 구도와 느린 호흡, 대사 사이의 긴 간격을 통해 관객들에게 묘한 긴장감과 현장감을 가져다 주는 데도 성공한다.


원작의 분위기와 느리고 섬세한 호흡을 상상하고 극장을 찾는 팬들은 아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원작이 기존에 갖고 있던 특별한 매력을 이 영화에서 찾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원작에는 없고 이 영화에만 있는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 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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