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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Nov 20. 2019

2019.10-11.큐레이션

<어쩌다 발견한  하루>,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매거진 <드라마큐> : http://dramacuration.com/




1st drama : <어쩌다 발견한 하루> / MBC 수목 20:55~

극본 송하영, 인지혜 / 기획 김대진 / 연출 김상협, 김상우 / PD 남궁성우, 문주희 / 원작만화 <어쩌다 발견한 7월>, 무류

여고생 단오가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사랑을 이뤄내는 본격 학원 로맨스 드라마     


/ 사진 출처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5507700&memberNo=25909715&navigation

유복한 집안에서 사랑받고 자란 무남독녀 외동딸 은단오. 열여덟 단오는 얼굴도 예쁘고, 착하고, 집안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많다. 다 가진 그녀같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줄곧 심장병을 앓고 있고, 자신에게 냉담하게 반응하는 백경이란 남자애를 10년째 짝사랑 중이다. 이렇게 특별해 보이는 설정값을 가진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살아가던 단오에게 갑자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비슷한 듯 다른 장면들이 눈앞에 연속으로 펼쳐지고, 기억이 자꾸만 끊기고, 특이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알게 된 사실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알고보니 <비밀>이라는 제목의 만화 속 세상이고 자기가 그 만화의 캐릭터라는 것. (심지어 주인공도 아니고, 인물 소개에서도 끄트머리에 그려있는 엑스트라다.)  

   

만화에 나오는 장면, 즉 '스테이지'에서는 작가가 그린대로 사건이 발생하고 작가가 정한대로 감정을 느끼는 한편, '스테이지'가 아닌 '쉐도우'에서는 미묘하게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이 '쉐도우' 안에서 생활을 하다가 다음 '스테이지'가 등장할 차례가 되어 장면이 바뀌면 갑자기 '사각-'하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리면서 시공간이 훅 뛰어버린다. '스테이지'와 '쉐도우'를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자기가 만화 속 캐릭터라는 것을 알게 된, 즉 '자아'가 생긴 캐릭터들은 이전과 같을 수가 없다. 상처받는 짝사랑을 하기도 싫고, 심장병으로 죽기도 싫고, 내 의지대로 내 마음이 내키는대로 살고 싶어진 단오는 작가의 뜻을 거슬러 자신의 설정값과 운명을 바꾸고 싶어하는데! 그때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건, 곁에만 있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단오의 내정된 콘티까지 바꿔주는, 이름없는 엑스트라, 13번 남자애다. 

    

콘티에 그려진 단오의 다리 깁스를 작은 거즈로 바꿔준 우리의 13번은 엑스트라로만 존재하기엔 너무 잘생기고 키도 크다. (이후 단오는 이 13번에게 하루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순수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귀여운 말투로 나직하게 말하며 직구로 다가오는 그의 매력은 단오는 물론, 시청자들에게까지 통했다. (여담이지만 이 배역을 잘 소화해낸 SF9 로운의 유튜브 직캠 영상엔 "하루 너 설정값 없다고 춤 연습 열심히 했구나. 아주 잘 했어..." "하루야 너 찾다가 여기까지 왔어 정말 봐도봐도 안 질린다" 등의 주접 댓글이 무수히 달려있다.)    

     

"정해진 길로만 가야한다는 게 좀 슬펐거든. 근데 바꼈어. 지금처럼 네가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려줬으니까." 하루에게 이렇게 말하는 단오를 중심으로 '자아'를 찾은 후 원하지도 않던 만화의 엑스트라로, 서브캐릭터로 꼭두각시처럼 살기 싫은 인물들은 '스테이지'를 바꾸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진미채는 말리려 하는데. 그 이유엔 만화 <비밀>의 전작 <능소화>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단오와 진미채, 하루, 백경을 둘러싼 더 깊은 서사가 매회 펼쳐지고 있다. 연기, 비주얼, 참신함, 연출까지 다 잡은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어떤 회차를 봐도 바로 반해버릴 것이다. 메이킹까지 재밌으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이 드라마가 유종의 미까지 거두기를 바라본다.






2nd drama : <동백꽃 필 무렵> / KBS2 수목 22:00~

극본 임상춘 / 연출 차영훈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을 깨우는, 촌므파탈 황용식이의 폭격형 로맨스 / 이들을 둘러싼 생활밀착형 치정 로맨스


/ 사진 출처 :   http://program.kbs.co.kr/2tv/drama/camellia2019/pc/detail.html?smenu=cac6b1


현재 대한민국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는 <동백꽃 필 무렵>일 것이다. 팔자가 사납다는 소리에 계속되는 시련에 위축되어 있지만 선하고 특별한, 옹산의 술집 까멜리아의 사장 동백이와 순박하고 촌스러워 보이는데 희한하게 눈길이 가는 착하고 매력적인 시골 청년 용식이의 사랑 이야기가 메인 이야기다. 둘의 예쁘고 순수한 사랑과 동백이의 삶을 중심으로 한 깊고 따뜻한 에피소드를 지켜보고 있으면 이 드라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드라마 초기에 용식 캐릭터 소개에 나와있던 '촌므파탈'은 현실이 되었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오죽하면 <동백꽃 필 무렵>의 장르는 휴머니즘도 스릴러도 로맨스도 아닌 판타지라고들 한다. 황용식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레어하고 완벽한 인물이라는 것. 밀당이고 뭐고 동백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며, 동백이의 자존감과 용기를 높여주는 동시에, 경찰의 듬직함과 연하의 반전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용식이다.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동백, 판타지 그 자체인 용식, 잔망스럽고 마음 가는 우리 필구, 뿌염못한 머리가 생각나 내가 다 화가 나는 향미, 마음 시려지는 우리의 엄마들, 매력 장난 아닌 동네 사람들까지. 어떻게 이렇게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살아 숨쉴 수 있을까. 인기가 없을 수 없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가 더 대단한 건 로맨스, 휴머니즘 서사에 미스테리까지 촘촘하게 섞여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옹산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까불이'가 종적을 감추더니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드라마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11월 중순, 현재 '까불이'의 정체가 밝혀졌다. 몇 개월 간 '실시간 톡'을 시청자들의 온갖 기발한 추측과 예리한 증거로 물들게 한 '까불이'가 드디어 잡혀들어갔고, 지고지순하고 착한 동백과 용식의 로맨스에는 계속 시련이 닥치고 있다. 종영까지 단 2회가 남아있다. 시청자들의 사랑과 함께 마지막까지 따뜻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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