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타지 빙의 사극 로맨스물에 갑자기 빠질 줄이야..?
#17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이 판타지 빙의 사극 로맨스물에 갑자기 빠질 줄이야..?
혹시 웹소설..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원작이 웹소설인 드라마는요? 판타지 빙의 사극 로맨스는요?
요즘 들어 웹소설 쪽을 기웃거려 보고 있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의 지고지순하면서도 강렬한 대사가 몰아치는 로맨스물이 고프던 찰나에, 이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가 내 눈에 들어와버렸다.
내가 이 드라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과정도 참 덕후스러운데.. <미사>에 빠지면서 소지섭 배우의 최근 <광장> 홍보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소지섭 배우와 같은 소속사인 택연이 함께 나온 ‘짠한형’을 보게 되었으며, 새 드라마를 들고 나온 택연의 상대역이 내가 좋아하던 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서현과 효연이 나온 ‘짠한형’까지 보게 되니 나는 이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어버렸음을 직감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지락실3’의 여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난 지락이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래서 ‘이은지의 가요광장’도 즐겨 듣곤/보곤 했는데) 당연히 해당 드라마 홍보차 출연한 서현과 택연의 ‘가요광장’도 챙겨보게 되었다. 이 과정을 나열해보니, 역시 이제 드라마 홍보는 유튜브가 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방영 전에 ‘짠한형’, ‘가요광장’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드라마를 보는 중간에는 ‘주말연석극’까지 모조리 챙겨봤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 연기자들에 대한 단순 팬심 때문에 가볍게 보려고 시작한 드라마였는데, 이게 웬걸. 드라마가 꽤나 재밌어서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포스팅을 하진 못했지만) 방영 시 아껴봤던 <옥씨부인전> 이후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사극이다. 두 작품은 상당히 다른 결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유치한 듯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클리셰가 정성스럽게 녹아들어있는 드라마가 대체 얼마만인가! 직업으로 글을 쓰면서 뼈저리게 느낀 사실은 클리셰를 제대로 써내는 것도 엄청나게 대단한 작업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니 더 환호하고 응원하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의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평범한 대학생이 자신의 최애 웹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가 단역으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근데 그 소설 속 배경이 조선시대고, 그 단역 캐릭터가 영의정의 막내딸 차선책이다. 돈도 많고 집안도 좋은 금수저였던 셈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웹소설 안으로 빨려들어왔다는 것을 받아들인 후 금수저로 인생을 즐기면서 편하게 최애 소설을 직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조선시대에서 신나게 폭탄주를 말아 양반집 규수들과 술판을 벌이다가 거하게 술에 취하게 되고, 얼떨결에 소설의 남자주인공인 이번의 첫날밤을 가져가게 되면서 모든 게 꼬여버리게 된다. 이번은 소설 속 원래 여자 주인공이었던 은애가 아니라 선책에게 홀라당 마음을 주게 되고, 그 순간부터 불도저처럼 선책에게 냅다 직진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이를 원작대로 되돌리려다가 결국 이번의 진심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된다.
이제 앞으로 이어질 내용은 예상 가능하다. 곧 차선책과 이번, 저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질 것이다. 웹소설에 빙의한 후 관찰자 입장이었던 선책이는 결국 온갖 시련과 갈등을 오롯이 감당하며 소설 속 세상에 몰입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선책이는 이번의 곁에서 그를 보면서, 이번의 사연과 상처들을 독자였을 때보다 더 깊게 들여다보고 위로해줄 것이다. 마지막엔 선책이 현실로 돌아가거나 소설 속에 남게 될 것이고 말이다.
이런 일들이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동안, 우리는 이를 지켜보며 같이 마음 아파하고 설레기도 하고 슬퍼하고 감동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마치 최애 웹소설을 읽던 주인공처럼 말이다. 이제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가 예견된 이 드라마의 재미를 결정짓는 건 이를 풀어가는 디테일들이 얼마나 재밌는지, 캐릭터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다. 특히나 로맨스물에서 중요한 건 그 캐릭터들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케미다. 6화까지 본 지금, 서현과 택연의 케미가 생각보다 좋아서 점점 기대감이 커지고 있던 차였다. 그리고 갑자기 택연에 빠져서 다른 작품들(과 무대까지)도 보고 있다. 아니 왜 택연 멋있는 거 아무도 나한테 말 안 해줬지? (아마도 했을 것이다.)
여전히 큰 탈 없이 성실하게 활동하는 소녀시대와 2PM 멤버들을 보면서 기분좋은 향수에 빠지고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덤이다. 서현과 택연 둘 다 나보다 나이도 많고 일찍부터 성공해서 잘 살고 있는 연예인들인데 왜 내가 그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이들을 보면 그냥 흡족스럽다. 영상 클립들에 달린 댓글을 보니 나랑 비슷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꽤 되는 듯했다. 2세대 아이돌들이 당시 우리의 일상 속에 섞여있었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
케미 좋은 두 주인공들, 귀엽고 매력적인 스토리, 연기자들에 대한 호감도까지 갖춘 이 드라마가 계속해서 매력을 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두 캐릭터들의 관계가 점점 더 달달해지고 동시에 더 애절해져서 판타지 로맨스물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