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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룡 Mar 04. 2022

6. 신기한 건 신기한거고 이게 아닌 것 같은데

넋두리(2) - 첫 현장에서

때는 바야흐로 2019년. 드디어 첫 현장에 나갔.

오매불망 언제 현장에 나가나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현장에 나갔.


인생에서 처음보는 배우들. 저렇게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다 들어간다고? 저 키가 말이 된다고? 저 비율이 말이 된다고? 검은 롱패딩을 입은 스탭들 사이에서 밝은 옷들을 입은 배우들은 반짝반짝 빛이 났.


감탄도 잠시 곧바로 무전기가 쥐어졌고, 그 때부터 현장은 구경도 못하고 저 멀리 떨어져서 지나가는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정말 딱 1분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추운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죄송합니다ㅠㅠ"하며 빌기 시작다.


내가 이렇게 죄송하다고 빌려고 사랑을 받고 자란 게 아닌데... 내가 이러려고 대학을 나왔나...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차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촬영을 할 방도는 없을까... 미국의 할리우드나 중국의 뭐 어느 세트장처럼 아예 통으로 촬영 세트 같은 곳에서 촬영하고 싶다... 등등등 별의 별 생각이 다 었다.


+ 통제할 때 "컷!" 하면 보통 "지나가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하면서 통제를 푸는데 이 때 감독님이 "잠시만요. 곧바로 한 번 더 갈게요." 를 외치면 무전기에서 "통제 풀지 말고 한 번 곧바로 더 갑니다. 통제 풀지 마세요."라는 말이 들려오면 이제 정말 헬게가 열리는 거다. 시민분들의 항의 천번만번 이해한다. 나 역시도 매우 화가 나니까... (지금도 현장 통제는 정말 싫어요... 제가 통제했던 많은 시민분들께 진짜 죄송한 마음뿐입니다ㅠㅠ)


밤이 되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하늘 높이 우리가 띄워올린 달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물론 지금은 하늘에 달이 하나씩 띄워질때마다(조명크레인이 올라갈때마다) 추가될 비용에 머리가 아플 뿐^^

내 돈도 아닌데 대체 왜...? 어쩌면 제작 일지에 기입하는 게 귀찮아서일지도...


하늘에 띄워진 달(비싸요~~)

보고 감탄할 시간도 없이 어두운 밤에 저 조명크레인을 혹시나 보지 못하고 사고가 날수 있으니 크레인 근처에서 차들의 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추위에 혼자서 오들오들 떨며 경광봉을 흔들고 있었어야 했.



이때에도 촬영여건이 많이 좋아진 시기였지만 아직 법적으로 주 52시간이 의무가 아니었던 시기라 저렇게 오들오들떨고 숙소에서 3시간 자고 나와서 또 20시간씩 졸면서 촬영하고 했었는데 지금은 법적으로 정해져서 촬영시간이 주 52시간을 넘기는 현장은 없으리라 생각다.


심지어 실습 당시는 무려 열정페이(=무급^^)였는데 당시 동시기사님(오디오감독님)께서 내가 무급이라는 얘기를 들으시곤  "여긴 프로의 세계야. 근데 넌 돈을 안 받아? 그럼 넌 내 옆에 짱박혀서 자." 라고 쉴 틈을 내어주시기도 했었다.

동시기사님은 대부분 감독님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잡고 계시기 때문에 몰래 숨어서 졸기도 많이 졸았었다.


여하튼 그 밖에도 배우가 타고 있는 소품용 차를 막는 일도 있었고 첫 현장은 참 우당탕탕이었지만 신기했고 재밌었는데...

딱 일주일 후에 울며불며 그만두네 마네 할줄은 그 때는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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