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 있는 이야기의 원리 1
우리가 책,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객(독자, 시청자 등의 소비자의 총칭)들은 콘텐츠를 통해 웃기든 울리든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소중한 변화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 (감동 = 감정 '감', 움직일 '동')
그런데 어떻게 해야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할까요?
저는 '주제'야 말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동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제를 오해하고 있어요.
'착하게 살자.' '욕심은 나쁘다.'처럼 아주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것으로 생각하죠.
주제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또한 주제는 파괴적이고, 전위적인 과정을 겪은 어떤 것입니다.
평범하게 표현하면 주제는 작품 속 캐릭터가 기존에 거부했던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인데요.
이를 아름답고, 드라마틱하게(쫄깃하고 흥미진진하게)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해요.
주제를 말할 때 저의 수많은 스승 중에 한 분인 <히든 페이스> 등의 작품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님의 '아름다운 세줄'이라는 개념을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주제=아름다운 세줄)
2009년 경 김대우 감독님께서 '아름다운 세줄'을 말씀하실 때 항상 예를 드는 작품이 있습니다.
가난한 탄광촌에서 발레를 하는 남자아이의 이야기, <빌리엘리어트>죠.
이걸 아름다운 세줄로 표현한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A - 가난한 사람에게 기회란 없다.
B - 그럼!!!! 노오력도 하지 말라고요!!!!!!!!!!!!!!!!!!!! (화가 엄청 나야 한다!)
C - 아! 가난했기에 우리의 노력이 아름다운 거였구나. ('아!'가 포인트, 관객의 마음이 변화하는 포인트)
감동적이었던 이 수업에서 저는 프리드리히 헤겔의 변증법(정반합)을 떠올렸습니다.
정 - 모든 작품의 시작에는 그 작품의 아우르는 전통적인 가치를 규정합니다.
반 - 주인공은 그 가치에 반대되는 주장을 하면서 치열하게 갈등합니다.
합 - 정과 반이 치열하게 싸우고, 갈등한 끝에 탄생한 더 높은 차원에서 융합된 새로운 가치가 주제입니다.
주제는 작품을 아우르는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뒤집고, 갈등하고, 대립하고, 치열하게 싸움 끝에 융합된 새로운 가치입니다.
그럼 <폭삭 속았수다>의 주제를 정반합 혹은 아름다운 세줄로 표현해 볼까요?
(저는 금명을 주인공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정 : 기본 명제 : 가난한 자에겐 사랑할 기회도, 행복할 기회도 없다.
반 : 반대되는 주장 : 그런데 왜? 가난이 유세인 엄마는 여전히 꽃 같지?
합 : 새로운 차원의 명제 : 아! 내게 다정한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인생이 꽃밭이구나.
이번엔 제가 작업한 <청설>이란 영화의 주제를 도출했던 과정을 써보겠습니다.
<청설>은 청량한 청춘 멜로가 셀링포인트였습니다.
이 작품의 한국화 각본 작업을 맡았을 때, 청량한 감성을 살리면서도, 청각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저 나름의 감정의 이정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청각장애인을 대하는 관객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존중'의 태도도 있을 수 있겠죠. '혐오'의 태도도 존재합니다. '무관심'도 있을 거고요. '동정'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를 두고 정반합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다음은 극 중 주인공인, 여름의 입장에서 서술한 주제입니다)
정 : 기존 명제 : 가족을 위한 희생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
반 : 반대되는 주장 : 내 사랑을 놓치더라도...
합 : 새로운 차원의 명제 : 아! 가족을 믿고 맡기지 못하는 게 동정이었구나! (내가 내 사랑을 지키는 것이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했구나!)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가족 때문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던 여름은 용준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주제는 아름답고, 파괴적이고, 전위적입니다. 어찌 지루하겠습니까?
우리의 글도, 오늘 말씀드린 주제처럼 치열하게 아름답길 바라겠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매일매일도 아름답고, 파괴적이고, 전위적인 순간들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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