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우리나라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들인 강원국, 백승권, 은유 작가가 모여 글쓰기비법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을 보았다.글쓰기에 대해서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력적인 분들이 나왔으니 1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재미있었다. 중요한 팁들은 메모도 해 가며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 중에 내 주제에 감히 따라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착실히 따라가도 제대로 배울까 말까인데.
첫 문장을 잘 쓰는 비법이 있나요?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글쓰기 할 때 소위 말하는 Hook을 잘 치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냐는 뜻이다.
세 작가들 모두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너무 첫 문장에 얽매이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첫 문장은 선택의 문제일뿐, 그 강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멋진 첫 문장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이 글을 못 쓰게 만들고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문장은 신의 선물이다.
이런 글귀를 탐내며 뭔가 대단한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글을 쓰려면 이 신의 선물만 기다리다 세월 다 간다는 거다. 그러니 일단 신경쓰지 말고 글의 내용에 충실하라는 것. 그러나 나는 생각이 약간 달랐다.
글쓰기는 철저히 내 자유로운 뇌 활동의 산물이다.
글쓰기에서 구성의 중요성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지만, 나는 아주 보잘것 없는 작은 것이라도 나로 하여금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야 글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늘 그게 내 글의 앞 부분을 장식한다. 진짜 내 맘대로다. 너무 무식한가.
그런데 그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마치 빨간 구두를 신고 멈출 수 없는 춤을 추게 되는 것처럼 그 작은 착상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되고, 어떨 땐 나를 끌고 가는 마부가 된다.
유명한 뮤지컬 작곡가가 TV에 나와서, 자신은 창작을 할 때 피아노 앞에서 낚시를 하는 것 같다고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낚시에 어느 날 걸려 나온 것이 “This is the moment (지금 이 순간)”이라는 곡이었다 한다.
반면, 유명한 드라마 작가들의 강연을 들어보면, 절대 ‘그 분’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 연기로 도가 튼 중견 탤런트들도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내가 무슨 무당이냐. 그 분이 오실지 어떻게 아냐.” 오로지 연습, 연습만이 살 길이고, 같은 맥락에서 작가들에게는 철저히 연습되고 준비되어 계산된 구조가 필요하다고.
다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위에 나온 작곡가처럼 글의 첫 구절은 분명 나에게 영감을 주는 문장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걸 기다리지 말라지만, 그게 오지 않으면 사실 어떤 글을 쓸 수 있겠는가? 글을 쓰는 사람에겐 '그 분'이 오실 때 글을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초보 얼뜨기 작가 지망생이라, 사실 그 분이 오시면 신이 난다.그리고 어떤 글이든 결국은 그 분은 나를 잠도 안 재우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나같은 초보들의 글쓰기에서는 ‘자유’가 중요한 것 같다. 생각할 자유, 마음대로 쓸 자유.
그래야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인정받는 한 편의 글이라도 써지니까.
잠깐, 나 자신에게만 인정받는 글이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느냐 하는 부분은 다음에 이야기하자. 슬퍼지니까.
누구에게나 분명 글을 쓰고 싶게 만든 작은 출발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그 순간 나를 새롭게 한 것이기에, 그 출발점이 가장 신선할 수 밖에 없다.
그냥 생각나는 첫 번째 구절을 쓰고싶다.
분명 그 구절은 매력적일 것이다.
고치는 건, 그 다음에.
나는 내 맘대로 쓸 자유가 있으니까.
이런, 어쩌다 쓰고보니 그들이 말한 "일단 쓰고 보라"와 같은 글이 되고 말았다. 역시 그들은 나보다 똑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