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과의 첫 만남 #21

Ep21.│루마니아에서 온 긍정왕 스테판과 인연을 맺다.

by 드래블러

아스토르가에 추억을 한 아름 남겨둔 채 오늘도 어김없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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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세워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걷다 아스토르가를 빠져나오자

거리에는 불빛 한 점 없는 어둠이 짙게 내리깔려 있었다.

그렇게 가로등의 든든함이 그리워지기 시작할 무렵

달빛을 보기 위해 자연스레 하늘로 향한 시선의 끝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은 무리 지어 하늘에 빼곡히 수놓인 채 반짝이고 있었다.


혹시 차가 지나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길가의 가장자리에서 걷던 나의 발걸음은

길을 잠깐 보는 그 시간마저 아껴 한번이라도 더 하늘을 올려다보고자

길가의 중간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걸어갔다.

아마 그 순간 하늘에 떠있는 별만큼이나 처음 별을 보는 아이처럼 나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지 얼마 안 돼 누군가 말을 건네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란색 가방을 멘 스페인 아주머니는 뒤에서 걸어오며 본 나의 모습이

웃기고 귀여웠는지 인사와 함께 "별이 참 많고 예쁘지?" 하며 말을 건네셨다.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가볍게 인사를 나눈 아주머니는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가셨고

함께 걸어가는 우리보다 홀로 걸어가는 아주머니는 더 씩씩하게 길을 걸어 나가셨다.


캄캄한 어둠 속 유난히 별이 많았던 새벽의 감성에 젖어들어서 그런지

랜턴을 켠 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가던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우리의 길잡이 요정이 눈앞에 나타난 것만 같았다.

낯선 여행지에서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순간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의지하며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배낭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빛과 발자취에 의지한 채

함께 앞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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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높은 고도에 있는 마을에 다다를 때쯤

어느새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과 산들 사이로

붉은 태양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었다.


앞서 가던 아주머니도 이내 멈춰 서서 우리와 함께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떠오르는 하늘을 보며 가족들, 지인들의 건강과

오늘도 무사히 다치지 않고 걸을 수 있길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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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배가 고파질 무렵

아기자기하고 따스했던 마을 어귀의 카페에 들어갔다.

따듯한 차를 주문하고 빵 하나를 집어 들고 테라스에 앉아

잠깐의 여유를 즐기다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그 공간에 한없이 녹아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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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깔딱 고개를 지나자 오늘의 목적지인 폰세바돈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마치고 따듯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방에서 동원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스테판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스테판은 이미 동원이와의 대화를 통해 내 이름을 알고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캉!"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동원이가 나오기 전까지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스테판에게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긍정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알베르게에는 어느새 우리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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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대화를 마친 우리는 우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알베르게를 나왔다.

조그마한 마을을 둘러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몇 없던 가게들 덕분에 쉽게 메뉴를 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맛있는 냄새에 홀린 듯 피자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뒷마당 테라스에 앉아 맛있는 피자와 함께

디저트로 상쾌한 공기를 한없이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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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청의 하늘이 짙은 파랑으로 물들어갈 때쯤

오늘도 어김없이 공책을 들고 나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산 밑의 풍경이 잘 보이는 흙바닥에 자리를 잡고

나무에 기대어 천천히 일기를 써 내려갔다.

집중해서 써 내려간 일기는 어느새 공책의 밑바닥에 닿았고

그제야 마침표를 찍은 뒤 공책을 덮을 수 있었다.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뒤

다시 알베르게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

저 멀리 산책을 다녀온 스테판이 걸어오는 모습을 눈에 들어왔다.


한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을 들어 올려 카메라를 켜고스테판을 찍자

어느새 그걸 알아차린 스테판은 이내 작정하고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와 스테판은 또 한번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후 함께 사진을 찍은 뒤 알베르게로 돌아가

행복했던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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