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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er Apr 04. 2020

딴짓은 여정이다.

영웅의 여정과 딴짓


조지프 캠벨 |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 민음사 | 2018


딴짓과 신화 속 영웅 이야기는 닮아 있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만든다. 무엇보다 가장 닮은 부분은 결국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화 속 영웅들의 여정은 어찌 보면 딴짓의 원형이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천의 얼굴’을 가졌지만 하나의 패턴을 가진 영웅 이야기를 분석한다. 어느 나라에서건 신화 속 영웅은 ‘출발-입문-회귀’로 이어지는 구조를 띠며, 이는 하나의 여정과도 같다. 영웅의 모험은 결국 여정이다. 


“영웅은 일상적인 삶의 세계에서 초자연적인 경이의 세계로 떠나고 여기에서 엄청난 세력과 만나고, 결국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고, 영웅은 이 신비로운 모험에서, 동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힘을 얻어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44, 45쪽)


그렇다. 모험을 떠난 주인공이 온갖 시련과 역경을 겪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지식이나 힘을 가지고 평범한 일상 세계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난다. 마찬가지로 딴짓하러 떠난 우리도 결국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것은 딴짓이 아닌 일탈이 된다. ‘사이드잡’, ‘여행’, ‘취미’ 등 천의 얼굴을 가진 딴짓은 결국 하나의 패턴을 가진다. 영웅의 여정과 마찬가지로 ‘출발-입문-회귀’, 결국엔 돌아가야 한다. 딴짓은 본업의 동력을 위함이지 본업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웅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회귀’란 결코 쉽지 않다.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귀향길은 무려 10년의 세월이 걸린 엄청난 고난의 역사였다. 그렇다면 딴짓에서 일상이라는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귀향길은 어떠한가? 원세계로의 귀환을 천명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영웅을 괴롭히는 것처럼 일상에서 우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 시험, 집안일 등은 우리의 복귀를 막아선다. 우리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딴짓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강렬히 거부한다. 회사에서 점심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세상에서 제일 느린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딴짓은 잠시 나를 환기시키고 결국 나에게로 돌아올 것을 확인하는 여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딴짓이라는 여정 후엔, 일상이라는 세계를 개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들고 우리는 복귀하는 것임을. 영웅이 모험을 통해 찾아낸 신적인 능력, 혹은 지혜는 원세계에 돌아와 더 빛을 발한다. 마찬가지로 딴짓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열정은 본업으로 돌아와 더 빛을 낼 것이다.


* 반디앤루니스 서평단 펜벗 10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은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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