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큰 아이의 돌이었다. 일가친척과 교우, 전국의 지인들의 축하와 축복이, 기다린 햇수만큼 쌓여서 조용히 지나갈 수 없었다. 교회에서 손님대접을 할 형편이 못되어 잔치할 홀을 빌리고 상차림도, 손님대접도 맡겼다.
지금은 각종 아이템이 더해져 돌잔치를 으레 껏 전문업체에서 맡아 하지만 그땐 결혼, 회갑 등을 주로 했고, 돌. 백일잔치 등은 집에서 대부분 했었다.
임신 판단시기부터 공이 컸던 꽃집 선생님은 잔치상과 주변을 향기로운 꽃으로 넘치도록 장식했고, 외할머님은 손수 외손자의 돌옷을 지어 입히시고, 돌상엔 성경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건들이 돌잡이를 기다리며 놓여 있었다.
큰애의 첫 돌잔치를 치르느라 분주한 나는 아득히 현기증을 느껴서 잠시 주저앉아 쉬어야 했다. ' 요 며칠 피곤해서겠지? '
잔치가 끝나고 나서도 자꾸 피곤하고 눕고 싶고 큰 아이가 안기는 것도 버겁고 귀찮기도 했다. '왜 이렇지? '
병원엘 갔다.
임신이란다.
아니, 정말!
하나도 아니고 둘을.
감사! 기쁨! 감사! 행복!
그런데, 양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했다. 다운증후군이란 단어도 들어봤고, 일찍이 세브란스 병원에서 장애인 봉사활동을 해봤었지만, 전혀 생소하게, 아득하게 느껴졌다. 믿을 수 없었다. 기쁨과 감사는 삽시간에 사라지고 근심과 의혹이 온 일가를 두루 덮었다. 건강한 아들 하나, 십 년 만에 주신 것은 하나님께 영광, 교회에 기쁨이었는데 , 굳이, 목회자의 집에 기형아를 주셔서 하나님 영광 가리고, 두고두고 말거리가 되게 하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절망과 공포감이 사정없이 밀려들었다.
어떻게 아셨는지 상황 설명도 채 못 드렸는데 시아주버님(맏형)은 " 무슨 소리냐, 생명은 하나님 주신 것이니 맡기신 대로 키워야 한다."라고 전화로 노발대발하셨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우리는 마침 여름휴가 기간이어서 시어머님을 모시고 ㅇㅇ금식기도원으로 세 식구가 갔다.
"오! 주여 ~~
… "
예배당에서 우리는 각자 하나님께 여쭈었다. 산속 공기는 맑고 서늘했다. 철이른 코스모스가 하늘로 목을 길게 뽑은 모양이 청초로웠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금요일 오후, 휴가를 마치고 기도원에서 사택으로 들어서자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벨소리를 듣자 덜컥 겁부터 났다. 남편이 수화기를 건넸다. 눈으로 어디냐고 묻는 내게 받아보라고 덤덤히 건네주는 남편! '그래, 내가 임산부이니 날 찾겠지 '.
" ㅇㅇ 산부인과입니다. 검사결과 나와서 알려드립니다. 양수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상 없습니다. 다운증후군의심 아니십니다. 괜찮으십니다." " 네?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 내 목소리를 듣던 남편도 어머님도 할렐루야를 외치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셨다. 그냥, 특별한 혼전 윤리적 사유도 불임의 신체적 조건도 없는 목회자 부부에게 십 년 만에 아들 주시고 그도 인큐베이터에서 일주일 양육받고, 둘째는 기도할 새도 없이 급히 주시더니 다운증후군이라는 병으로 겁을 주어 시험하시다 납작 엎드리니 다시 회복시키셔서 원상복구시키시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 못 할 것이다. 조물주는 잠시도 방심하거나 자만하게 두지 않으셨다.
둘째는 맏이와 같은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술로 출산했다. 마취가 채 풀리기 전에 나는 친정엄마께 "아기 손가락이 몇 개예요? 발가락은요? "
" 다, 건강하다, 아무 염려 마라, 아유~ 쯧쯧 "
깊이 묻어둔 눈물 한줄기가 흘러나왔다.
이내 숨소리는 평화로웠고 휴식은 풍요로웠다.
예정대로, 출산 6일 만에 엄마와 함께 퇴원했고, 배꼽 소독 문제로 두어 차례 병원 왕래를 했고 , 예방접종을 시기 따라 했을 뿐 별문제가 없었다. 둘째는 겨울 생일이었고, 이모가 방학을 맞아 시간이 있어 산후조리를 도와주었다. 수술출산 이유로, 초유만 제외하고 6개월 동안 모유, 분유의 혼합수유를 했다. 더 이상은 아기가 거부해서 이유식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수유기간이 이뤄졌었다. 그렇게 둘째는 단단하고 건강하게 자랐다.
현역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때, 산티아고 40일 순례길을 도보로 다녀와서 족저근막염 치료를 받을 때,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의 도수를 높였을 때, 엄마는 마음이 왜 그리도, 여전히 쓰였는지.
그때 그 후유증상인 듯하다.
둘째는 끼와 꿈이 넘치는 믿음 좋은 아들로자라서, 이 글 전면에 캡처한 영상에서 화알짝 웃고 있다.
오, 주여!
하마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