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행진

퍼플 퍼레이드

by 김승희

교정 가득 라일락이 물들고,

그대와 걷던 오솔길에 서면

봄바람 따라 보랏빛 향기 번진다.

그리움은 꽃잎이 되어

바람 끝에 흩날리고,

습관처럼 올려다본 하늘엔

그대의 미소가 아련히 물든다.


한나절 소풍길,

녹음 짙은 산자락을 따라

차창 밖엔 오동나무가 점점이 박혀 있고,

보랏빛 꽃들은 초록 위에 피어난

그리움의 점묘화처럼 펼쳐진다.

그 향기, 차 안까지 밀려들어와

지난날 <고모나무와 할머니>의

전설을 모락모락 되새겨 준다.


예배당 뜰 한 모퉁이 그대가 마련한 쉼터,

보랏빛 등꽃 드리워진 등나무터널,

벤치엔 길손 부르는 향기가 정갈하고

아이들 웃음은 쇠그네에 걸려

선물처럼 반짝인다.


라벤더 축제장엔

꿀벌이 윙윙 노래하고,

찰칵찰칵 웃음꽃이 피어난다.

한 입 베어 문 아이스크림,

달콤 상큼한 보랏빛 향기.

두 손 가득 안은 라벤더 꽃다발,

그 향기 한아름 품어다가

빈 가슴들에

살포시 안겨주었으면,

보랏빛 행복을 선물처럼 나누며

봄날의 온기로 싸늘한 가슴마다

따스하게 덥혀 주었으면 좋겠다


라일락,

오동나무,

등꽃,

라벤더 —

줄지어 펼쳐지는 보랏빛 행진.

그 향기 따라 그리움은 피어나고,

시간을 건너온 기억들은

아지랑이처럼 아련히 아롱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