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도해 주세요!

아들의 속마음

by 김승희

자정 무렵, 적막한 집 안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 둘째의 문안 전화다.

"오늘은 뭐 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그래. 넌? 어디니? 집? 저녁은 먹었니?"

뻔한 질문이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에겐 공기와 물처럼 소중하다.

없으면 맘이 쓰이고 , 있으면 위안이 되는 대화.

목소리의 온도와 말끝의 숨결만으로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그날은 다른 얘기가 이어졌다.

“엄마, 저… 요즘, 누나 생각을 다시 하게 돼요.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남편이 떠난 뒤 외로움을 많이 타던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웃음을 되찾은 걸 감사히 여기던 터였다.


아들은 잠시 머뭇거리다 속내를 털어놓았다.

“엄마와 정치 생각이 너무 달라요.

나중에 고부간에 충돌이 생기면 어쩌죠?

엄마 속상하는 것은 싫은데.

그게 제일 걱정돼요.”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

“얘야, 엄마는 이 당도 저 당도 아니고 ‘예수 당’이야.

옳고 그름에 따라 생각할 뿐이지.

지금은 누구도 완전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해.

역사는 시간 속에 흐르니까.

좀 더 지나 봐야 알 수 있어.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

미래의 며느리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

하잖을까?

하하하,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


정치적 분열이 청년세대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운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동시에 엄마의 맘까지 헤아리며

편이 되어 주는 아들이 고맙고 대견했다.

그럴수록 내가 더 바로 서야겠다는 다짐이 깊어졌다.


둘째는 어려서부터 반장, 회장을 도맡으며 늘 앞에 섰다.

목표를 세우고, 로드맵을 그리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이였다.

지금은 기업 CEO를 꿈꾸고, 훗날 정계에도 뜻을 두고 있다.

퇴근 뒤에도 강연장을 찾고,

대학 대표모임 SAY를 이끌며,

유명 인사들의 모임, 킨사에서 배운다.

집보다 교회를 찾으며 깊은 기도를 하면서 자신의 길을 단단히 다져간다.


나는 안다.

그가 그린 길 위에서 언젠가 반드시 열매를 맺으리라는 것을.

그 와중에도 그는 여전히 하루의 끝마다

엄마의 안부를 챙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바쁘다던 아들이 휴가를 내고 집으로 왔다.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엄마, 오늘은 제가 요리할게요.”


주방에는 파스타 끓는 냄비,

지글거리는 스테이크 팬 소리,

허브 향이 가득 번졌다.

아들은 칼질과 불 조절에 분주하면서도

어느 순간 고백하듯 말했다.


“엄마, 사실 지난주에 누나한테 고백했어요.

그런데 그때 엄마 생각이 났어요.

누나에게 음식을 해주다 보니,

엄마께도 꼭 해드려야겠다고.”


순간 눈시울이 젖었다.

세상은 날카롭고 내일은 불안하지만,

“엄마 생각”이라는 말 한마디가

모든 근심을 녹였다.


아들은 여전히 말한다.

“엄마, 걱정돼요.”


그 말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었다.

“엄마, 기도해 주세요. 저도 기도합니다.”

라는 고백이었다.


우리는 걱정에 머물지 않는다.

불안은 기도로 바뀌었고,

그 기도 속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을 얻었다.


걱정은 사랑이 되고,

사랑은 기도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기도는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었다.



민복진조각. 모자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