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자

텔로스(τέλος, 끝까지),테텔레스타이(τετέλεσται,다 이루었다

by 김승희

목사님의 설교에서 제 마음이 크게 흔들린 날이 있었습니다.

— 요한복음 13:1과 '19 :30 ,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하신 마지막 말씀을 전해주실 때였습니다.

“끝까지 사랑하신 주님, 다 이루신 주님.”

그 음성이 설교자의 입술을 빌려 제 귀에 닿자, 제 안에 묵은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내렸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은 삼십에 스승을 팔아넘기고, 세 번 부인하며 저주하고, 끝내는 흩어져 떠나갔습니다. 정치적 메시아를 꿈꾸던 기대가 무너졌을 때, 그들은 십자가 곁에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은 그 배신자들을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그 순간 보인 것은 예수님의 상처였습니다. 대속의 십자가가 남긴 "다 이루신 사랑의 흔적"! 이것이 부활체로 찾아오신 주님의 손과 옆구리에 깊은 상처자국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체휼 하신 주님-성경 히브리서 2:18, 4:15 개역한글. συμπαθέω (sympatheo) -

더 이상 그는 아무런 원망도, 정죄도,

시비도, 보복도 없으신 "다 이루신 사랑" , 그 본체셨습니다.


“와서 만져 보아라. 못자국, 창자국을.”

주님은 의심하던 도마를 품으시며, 상처로 자국 진 손바닥과 옆구리를 내어 주셨습니다. 의혹과 절망의 자리에 다시 소망을 심으신 것입니다. 더 깊은 신뢰의 품에서 순교의 싹이 움트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갈릴리 바닷가에서 숯불을 피워 조반을 차리시고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얘들아, 밥 먹자.”


그 한마디는 단순한 식사 초대가 아니었습니다. 배신과 도망으로 얼룩진 제자들을 다시 불러 앉히시고, 무너진 가슴을 어루만지며, 새 길을 열어주시는 회복의 선언, 아픈 사랑의 고백이었습니다. 처절한 십자가로 사랑을 다 이루시고, 밥 먹자고 다시 찾아오셔서 그 사랑을 끝까지 지키신 예수님!

텔로스(τέλος, 끝까지),

테텔레스타이(τετέλεσται, 다 이루었다) .



그 사랑이 제 마음속 깊은 상처에 꽂혔습니다.


우린, 공동체 안에서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믿었던 관계가 어긋나고, 가까워지고 보니, 전에는 달라서 흥미로왔던 것들이 이젠 틀리게 보여서 절망하고, 각기 다름을, 인지는 하는데 , 제 것을 고집하고 유지하고자 할 때 멀리 있을 때 보다 더욱 이기적이고 배려 없음에 질릴 수밖에 없습니다. 세속적이고 계산적인 관계가 세력을 부풀릴 때 따돌림과 반목질시가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오해가 풀리지 않은 채 쌓여만 갈 때, 상처 난 가슴은 돌덩이에 눌린 듯 무겁기만 합니다. 사랑할 수 없을 때 수많은 물음표가 자신을 강타합니다. 바로 서 있을 수 없어서 주저앉아 버립니다.


대개는 이런 순간 취하게 되는 각자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모두가 공감할 세 갈래의 길입니다.

차라리 피하고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이 덜 힘들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 길입니다.

아니, 상대와 같은 방법으로 주변에 대고

선제타격을 시도합니다. 나오는 대로 말하고 비난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앞 뒤, 생각 없이 부풀리고 , 거짓도 개의치 않는 것 , 이것이 두 번째 선택지입니다.

급기야는 억울해서, 바보같이 여겨져서, 무시당한 것이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 되어서 복수심에 사로잡힐 수도 있습니다. 상대에게 상처받은 것 이상으로 되갚아 주려는 괴물이 상처에서 나는 피를 묻힌 칼날을 번쩍이며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죽고 싶을 만큼 아프고 괴로워 견디지 못해 몸부림칩니다.


그러나 이 세 갈래 길에는 치유가 없습니다.

회복은 더욱 없습니다. 사랑이란 말조차 아예 쓸 수 없습니다.


그 설교에서 소개된 한 편의 시입니다.


诗 도마

어영미


방패보다 도마가 되기로 했어

모두가 피해 가는 칼

늠름히 받아내며

울퉁불퉁한 모든 삶의 재료

내 안에서 알맞게 반듯해지고

다져지는데

까짓 칼자국이야

한 두 개 일 때 흉터

삶이 되고 보면

꽃보다 향기로운 무늬가 된다




까짓 칼자국이야

한 두 개 일 때 흉터

삶이 되고 보면

꽃보다 향기로운 무늬가 된다.



칼자국조차 은혜의 흔적이 되고, 흉터가

오히려 향기가 되는 도마처럼,

상처는 증거가 되고, 흉터는 향기가 되었습니다.



“얘들아, 밥 먹자.”


밥은 끼니가 아니라 회복이었고, 초대가 아니라 사명이었습니다.

그 아침 이후 제자들이 다시 길을 걸어간 것처럼, 오늘도 그 음성은 상처 많은 우리를 불러 세웁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 텔로스(끝까지),테텔레스타이(다 이루었다) —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

흉터가 남은 자리에 향기가 번져가듯,

제자로 다시 불러 세워주신 사랑의 그 자리에서,

어깨동무하시며 친구로 끝까지 가자 하시는 그 길을,

그 사랑에 취한 채로 걸어갑시다 우리.

오직 그가 이끄시는 대로.



이미지 1 : 제주 이시돌 목장의 십자가 길에

이미지 2 ,3 : AI 생성 이미지

시 <도마> : 어영미 시인의 시집 [상처와 무늬]에서, / 1990.'시문학'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