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사람의 집에 구급약이 있다는 것이 싫었다.
그는 어디가 아프더라도 일단은 구급약을 찾곤 했다.
나는 한시도 당신의 통증을 잊은 적이 없었는데
해열제로 생기는 졸음에 빠져들듯 금세 잊어버렸다.
생채기 하나에도 통증의 깊이를 헤아리는 나였는데
그 사람은 연고 없이 붙이는 반창고처럼 상처에 무뎠다.
나는 작은 멍울에도 속절없이 그 사람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 통증을 드러내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하면 나의 울음에 그가 손길을 내어줄 것이라 믿었다.
언젠가 보드라운 풀잎에만 베여도 그를 찾은 적이 있었고
그 사람은 생채기에 흠집만 내고 멀리 돌아서버렸다.
구급약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먼 훗날 알고 난 후에야
더 이상 그 사람을 찾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