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밤

by 화운

어 엄마, 오랜만에 연락해서 미안해

밥은 먹고 다니고 있어

별일 없지? 난 그냥 바쁘게 지내

이번 명절엔 집 못 내려갈 것 같아

무슨 일 있긴. 그냥 일이 좀 많아서


어 아빠, 요즘은 비 많이 안 오지?

죄송해요. 내려가고 싶은데 못 가네

건강은 늘 잘 챙기려고 하니까 걱정 마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으시죠?

날도 더운데 쉬엄쉬엄 일하세요

나중에 시간 내서 내려갈게요


거짓말을 지극히도 싫어하는 내가 미워

전화도 못 하다 용기 내어 거짓말을 한다

어딘가 괜찮지 않은데, 즐겁지 않은데

그래야 하는, 그렇지 않은 내 모습


당신에겐 절대로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아

거짓말을 해보는 난 전화기를 내려놓고

말할 수 없는 이 이야기를 가슴에 묻고

찬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나를 지우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