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비석

by 화운

오늘이 가기 전 당신을 향해

가벼운 비석 하나를 세웠습니다

어떤 말도 새기지 않았습니다

굳건한 기도를 올린 후

한숨 한 번에 날리고 싶었거든요

사랑했다는 말도

좋아했다는 말도

이 기도엔 사치스러운 것 같습니다

당신은 몰랐을 것이기에

아니, 이제는 몰라야 하기에

그래야 가벼워질 수 있어서죠

입김 한 번에 비석이 제법 잘 떠나갑니다

그만큼 당신에겐 무엇도 아니었을까

비석이 내려앉기 전에 일어나 보겠습니다

가끔 그리울 때면 기도하러 올게요